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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 Sukwoo Jun 08. 2024

머릿속에 어떤 풍경을 상상한다

June 06, 2024

쌓아두었던 분리수거를 마치고, 건조기를 돌리고, 드물게 인스타그램을 확인하다가 최근의 작업들을 잠시 돌아보고, 스마트폰의 유튜브 앱으로 놓친 라디오를 배경처럼 깔아 두었다. 내일은 다행히 쉬는 날이고, 허리는 여전히 묵직하게 뻐근한 아픔이 가시지 않는다. 오전부터 오후까지는 지난 주말께 촬영한 사진들을 고심하며 배치하였다. 며칠 후 새 아이패드 프로가 나오면 11인치 모델과 새 매직 키보드와 애플펜슬을 살까 한다. 어제 치과에 다녀와서 한 시간 남짓 동네를 걸었다. 길어진 해 덕에 노을이 가장 잘 보여야 할 시간에도 볕이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 드리웠다. 별 볼 일 없는 밤, 머릿속에 어떤 풍경을 상상한다. 정처 없이 생경한 골목을 거닐고, 아무도 눈길 주지 않고 대체로 의미 또한 없는 피사체를 발견하고, 땀은 이제 여름의 한낮처럼 흐르고 또 흐르며, 귀에는 서울 고유의 도시 소음이 그래도 조금 사라지는 제목 모를 음악이 들리는 어느 아침, 혹은 오후의 시간들.


자기의 호흡으로 살고, 자기의 호흡으로 일을 하고, 그렇게 관계를 맺고 어떻게든 누구에게 어떤 사람이 되면서 산다. 과거 언젠가의 나는 중요한 일을 하거나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은 내게 중요한 이들에게 그러한 사람이 된다면 되었다고 느낀다. 무엇보다, 실천이 몹시 어려우나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한밤의 착한 위선이 아니라 그때의 나보다 언젠가의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된다면, 그 과정을 문득 떠올릴 수 있다면 그 정도로 괜찮지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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