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21 17:37
머리 쓰고 구성하고 기획하고 포장하고 대화하고…. 뭐 그런 거로 이뤄지는 작업을 직업 삼다 보니, 종종 아주 정직하게 투입해서 결과 나오는 직업에 대한 이상 理想이랄까. 부러움이 있다. 언젠가 한 번 그런 것만을 해보고 싶다.
문 열고 집 앞에 나와서 밖을 내다봤다. 황량했다. 아파트 창문들은 물론 다 닫혔고, 아파트를 넘어서면 또 다른 연한 회색빛 아파트들이 중첩되어 보일 뿐이다. 놀이터 쪽에서 눈 쓰는 소리가 나서 보니, 경비 아저씨께서 혼자 길을 내고 계셨다. 나무 손잡이의 커다란 플라스틱 삽으로 푹, 푹 쑤시면서 조금씩. 한 손에 머그잔을 들고 한 손엔 담배를 들고 있었는데 마침 딱히 할 일이 없었던지라 충동적으로 내려가서 아저씨 도와드릴까요, 하고 상상했지만 결국 하진 않았다. 그렇게 생각만 하다 없어지는 것들이 지금까지도 여럿 있었다. 중요한 것들, 아닌 것들 다 합쳐서.
글 쓰는 거로 어쨌든 뭔가 하고 있으니까, 후에 무언가 첫 문단에서 말한 것을 업 삼는다면 가능하면 손에 쥐고 사용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 그것 또한, 생각한 만큼 순수하게 물건에 집중하진 않고 여러 홍보를 비롯한 서비스업에 가까운 지능형 도구들이 결국 필요할까.
손편지를 쓰고, 약속 장소를 정해 기다리던 시절이 그리 오래되었나 싶다. 문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