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15 02:48
인터뷰할 때에는 당연히 사람의 눈을 쳐다보게 된다. 대화의 기본이라고는 하지만 제법 많은 이들이 눈을 보지 않고 이야기한다는 것을 살면서 종종 느끼게 되는데, 그렇게 사람을 쳐다보면서 이야기하는 게 직업의 일부를 차지하다 보니 종종 호감 가는 사람에 대해 글 쓰고 싶을 때가 있다.
가령 한 달 전쯤 인터뷰한 배우 정우성은 말이 끝날 것 같으면서도 조금 멈췄다가 다시 얘기를 이어갔다. 그럴 때 그는 잠시 허공을 바라보다가, 입을 살짝 벌리고는 무언가 생각했다. 인터뷰 초반에는 다음 질문을 이어가려다가, 그게 아직 '말이 끝나지 않았다'는 신호라는 걸 알곤 가만히 기다렸다. 다른 스태프들이 모두 바깥에 있는, 노란 조명과 의자 몇 개와 소파 하나와 거울이 전부인 메이크업 방에서 몇 초 정도의 침묵이 이어지다 다시 말을 잇는다. 그런 대화를 한 시간 정도 지속했다.
나이를 먹으면서 어쨌든 간에 만나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다. 그중에는 잠시 만난 사람도 있을 것이고 관계가 이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만 기억하거나 남만 나를 기억하는 때도 생길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친절한 사람이 될 마음은 애초에 가지고 있지도 않고 그렇게 사는 게 무슨 정치인도 아닌 이상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뇌리에 남은 누군가와는 계속 만날 것이고, 그런 만남에서 나온 이야기와 내가 바라본 그들의 모습만으로 책을 써보면 어떨까.
교훈이라든지 삶의 태도 같은 훈훈한 것들은 어디 잠시 치워두고, 그저 사람에 대해 사람이 느낀 것만으로 전부인 조금 헛헛한 잡문 모음집 말이다. 괜찮을 것 같은데. 안 팔리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