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15 02:34
보통 처음 만난 사람과의 대화에서는 직업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게 마련이다.
"무슨 일 하세요?"
"아, 패션 관련해서 글을 쓰고요. 어쩌고저쩌고…."
한회사에 다니지 않는 나로선 스티커에 손글씨로 'fashion journalist and photographer of yourboyhood.com'이라고 쓴 명함을 줘도 보통은 직업에 대한 설명이 되지 않으므로 일종의 부가 설명이 필요하다. 공손하게 말할 때도 이 분야에 대한 이해가 깔리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꽤 불친절한 설명일 수도 있었겠다. 어제 보라의 셋째 동생 남자친구인 스물한 살의 풋풋한 청년 - 그러나 아직 청소년이라고 해도 믿을 법한 얼굴과 짧은 머리카락을 지닌 - 에게 내 설명을 할 때도 조금은 그랬다. 그는 패션과 전혀 관련 없는 직종에서 일하는데, 사실 설명을 들어도 도통 이해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대화가 나쁘다거나 지루하진 않다. 전혀 모르고 앞으로도 별로 알게 될 것 같지 않은 직종의 사람들과 대화하면 왕왕 머쓱한 침묵이 깔리곤 하지만, 비슷한 직종에서 일하면서 궁금하지도 않은 가십과 이상한 정치 관계를 듣는 것보다는 백 배 정도 낫다고 생각한다.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은 것으로 치자면, 그리고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은 게 서른 살에도 유효하다면, 어린 친구들이 좋아하는 클럽이라든지 '나이트 라이프'에 내가 관계하지 않아도 여전히 이십 대 같고 십 대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런 마음을 여전히 유지하고 싶다. 나이 들고 어색하게 청춘의 옷을 입고 더 어린 청춘 누군가에게 호소하려는 게 아니라, 그저 마음 한구석에 그런 마음이 항상 존재해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새벽인데 일 안 하고 감수성 작렬이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