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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 Sukwoo Jul 12. 2015

36도

2015년 7월 12일

토요일 오전에는 오랜만에 깊이 잤다. 기억나지 않는 얕은 꿈을 몇 개인가 꿨으니 사실은 아닐지도 모른다. 정확히 9시 반에 눈을 떴다. 해가 어두운 커튼을 밀쳐냈다. 그때 창가를 타고 방으로 들어와 머금은 바람으로는 낮 기온 36도를 예측할 수 없었다.

전화 통화, 새로 찾은 고등학교와 대학교 건물경계가 붙은 좁은 운동장에서 티셔츠가 다 젖을 정도로 달리기. 짜내도 지속하여 빠져나오는 땀은 온전한 자발적 노동의 대가라기보다는 무더위에 기댄 탓으로 생각한다. 목이 더 탔다는 말을 밤 열한 시에 들었다.

마감 하루 늦은 원고는 만화 <에이치 투 H2>에 관해 썼다. 그리고 늦은 오후의 미팅, 조금은 잡담, 조금은 적극적인 이야기들. 재환아, 그럼 우리 접을 수 있는 타블로이드 한 번 만들어볼래, 같은.

저녁에는 쇼핑을 좀 하고 싶었는데 그 정도 의지가 아직도 박약하구나, 싶었다. 밤에는 소주 한 잔 들이켜고 싶었지만, 뭐 집으로 왔다. 아직 일요일 이른 새벽이고 비는 계속 땅을 적신다. 이 정도로 달아오른 콘크리트가 식기나 할까 했는데 꾸준한 호흡으로 내리는 빗소리가 내심 반갑다. 남들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유심히 보았다. 진지하게 달려들거나, 한낱 유흥으로 달려든 수많은 것이 모두 재미없었다.

누군가 '우울한 소식'만을 전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 SNS를 만든다면 좋을 텐데. 싸이월드 시절부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전성기의 지금까지, 모두 너무 즐겁지 않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걱정하는 척, 남들에게 남의 이야기 전하는 취미를 가진 이들이 평생 역겨웠다. 갑자기 생각이 났다.

불편하게 서로 웃는 게 내가 본 패션의 단면이었다. 아니, 조금 기 센 사람들이 모인 서커스단이라고 해야 옳을까.

쉬는 게 쉬는 게 아니긴 해도, 혼자인 새벽을 조금 더 즐기기로 한다. 일단은 담배나 나가서 한 대 피우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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