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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 Sukwoo Apr 14. 2016

소비에 관하여

2016년 4월 14일

패션을 다루는 잡지를 만든다는 것은 매일 쏟아지는 새로운 옷과 장신구 중 마음에 들고 잡지에 어울리는 것을 '끊임없이' 고르는 연속이다.

마감의 중심, 바쁜 마음을 조금이나마 억누르며 나갈 채비를 하는 사이 집안 작은 수납함 속에 들어간 무수한 잡동사니를 언뜻 보았다. 작년 12월인가, 새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바뀐 구찌 Gucci 샘플 세일에서 산 스카프와 요즘 쓰고 다니지 않은 모자, 손목시계, 손수건과 타이 핀 같은 것이 규칙 없이 쌓여 있다. '새로운' 무언가를 소개하는 직업이면서도, 사실 아무것도 새로 사지 않아도 괜찮지 않나 고민하는 이토록 이율배반적인 삶도 없다.

호황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불황이란 단어가 친숙한 지난 십몇 년 동안 그래도 성장하는 '장사'가 패스트 패션이라고 포털 사이트 경제면에서 보았다. 역시나 무언가 배반하는 기분으로, 잡지들은 빠르게 만들어 빠르게 소비하는 상품을 소개하면서도 꽤 비싼 지출로 오래 쓸 수 있는 유행 이상의 이야기를 함께 다룬다. 지난 호 <어반라이크 Urbänlike> 주제도 이와 궤를 같이했다.

찰나의 유행이 아닌 것들의 집합을 잡지 안에 다루고 싶다. 하지만 그를 넘어 개인적으로는, 더는 소비하지 않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한편으로 꼭 필요해서 산다기보다는 무언가 소비하는 순간의 짧은 기쁨을 위해, 이미 충분히 지녔음에도 여전히 카드를 긁었다. 과연 그런 날이 올까 싶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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