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따라 걷다 보면 옷깃에 스치는 산들바람이 포근한 이불처럼 나를 감싼다. '바람아, 넌 어디로 가니?'속삭이듯 물어도, 바람은 대답 대신 먼 곳으로 나를 데려가고, 난 무거운 발자국을 내딛는다.
나의 발을 감싸고 있는 깊은 뿌리가 땅 속에서 나를 계속 끄집어 당긴다. 뿌리에 얽매여 움직일 수 없는 나를 바라보는 구름은 나의 마음을 읽은 듯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땅 속에 스며드는 폭풍우 같은 빗물들은 엉킨 뿌리를 풀어주며 다독인다. '괜찮아,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흐트러진 뿌리는 내 발목에서 흘러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