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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Jul 07. 2024

불안의 재발견

<인사이드아웃2>  

마음 어딘가 한구석에는 늘 불안이 살고 있다. 그 조그만 ‘불안’은 평화로운 순간에는 소리소문 없이 있다가 걱정의 씨앗이 조금이라도 내려앉으면 커다란 풍선처럼 금방 부풀어 오르고 만다.    

  



인기리에 상영중인 '인사이드 아웃2’을 보았다. ‘인사이드아웃 2’는 사춘기가 된 주인공 라일리가 자아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감정(불안, 따분, 부럽, 당황)들을 느끼게 되고 새로운 감정들이 기존 감정들과, 트러블을 겪으면서 생겨나는 사건들을 다룬 이야기이다.


<짐을 바리바리 싸 온 불안이의 첫인상>


‘불안이’는 너무 비호감이었다. 생긴 모습도 귀엽지 않고 눈동자와 손가락을 쉴 틈 없이 움직이며 어떻게든 잘 보이려고 하는 노력하는 모습이 멋도 없다. 불안이 패거리(?)가 감정본부에 오면서 감정본부에 급격한 변화가 생기게 되고 안으로도 밖으로도 혼란스러운 상황이 펼쳐진다.

불안이 친구들은 다들 어딘가 모르게 삐딱한 느낌...       


사춘기 라일리의 불안정한 행동은 사춘기 흑역사를 떠올리게 하고 내면의 불편함과 마주하면서도, 중간중간 영화의 유머코드에 속절없이 당하며 복합적인 마음으로 영화 관람을 이어갔다.

폭주하던 불안이는 불안한 마음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마주하고, 감정본부에 도착한 기존감정들의 도움으로 안정을 되찾는다. 서로 화합을 이루는 감정들로 영화는 끝나고 성숙한 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감정뿐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는 깊은 깨달음을 주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함께 스마일 하는 귀여운 감정들

비단 사춘기 시절에만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32살인 나는 여전히 매일 크고 작은 불안감과 마주하며 살아간다.

2년 전, 제트기처럼 빠른 속도를 자랑하며 뛰어다니던 우리반 아이는 울타리에 이마를 부딪쳐 크게 다쳤고 10 바늘 이상 꿰맸다. 피부가 찢겨 피가 줄줄 나는 이마를 마주한 순간 다시 떠올리는 것조차 고통스러운 감정을 느꼈었다.


아이의 이마 치료는 잘 마무리되었고 그날로 교사 인생은 끝일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아직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고 있다. 다만 2년이나 흘렀지만 아이들이 뛰는 모습을 보면 ‘삐’ 하는 경고음이 켜진다.

어깨는 움츠러들고 불안함(거의 공포감)을 이기지 못해 “뛰지 마세요”라고 반사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만다. 이제는 의연해지고 싶지만 불안의 불길은 사그라들 기미는 없다.   

 



인생에 대한 불안감은 더 다채롭고 추상적이다. 나는 계속 교사직을 할 수 있을까? 교사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일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나이는 들어가는데 돈은 어떻게 모으지? 연애는? 결혼은? 어떤 선택이 나에게 최선일까?      


하지만 생각을 달리해보자. 불안해서 괴롭지만 불안했기 때문에 이뤄낸 일들도 무수하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 ‘유아교육학과’에 진학했고 대학교 졸업 후에는 좋은 교사가 되지 못할까 불안해 더 열심히 일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돈을 모을 수 있었고, 나이를 헛 먹는 어른이 될까 불안해 신중하려고 노력했더니 조금은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있었다.     

 

영화를 통해 감동받았다는 어른들이 많았는데(나도 그들 중에 한 명이었지만) 내가 가장 감동받았던 포인트는 불안은 나를 사랑했기에 느낄 수 있었던 감정이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고 안정된 모습만 추구했던 어른들에게 불안이의 모습은 스스로의 불안감을 애처롭게 여기고 불안한 감정을 긍정적이고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느낄 수 있게 해 준 것이 아니었을까?      


내킬 때마다 글을 쓰는 불성실한 나를 글을 쓸 수 있게 영감을 불어넣어준 불안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영화를 보고 난 후에 감상을 글로 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쓰고 난 후의 감정을 두서없이 나열하고 읽어보니 초등학생이 쓴 감상문 같았다. 이 글을 보는 독자(그중엔 지인도 여러 명)들이 형편없는 글이라 생각할까 불안해서 썼다 지웠다를 여러 번.. 남들이 쓴 영화 서평을 몇 번 읽어보다 보니 느낄 수 있었다. 좋은 기반을 다지려고 하지 않고 무작정 쓰려고 하는 성급함이 문제였다. 글을 잘 쓰지 못할까 불안감이 결국에는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게 만들어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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