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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Jan 04. 2021

유치원 교사의 처절한 생존기

유아교사 이기 이전에 평범하고 예민한 29살 여자

4년간의 행복했던 대학생활을 졸업하고 여느 동기들이 그렇듯이 첫 번째 직장을 들어가게 되었다.

나의 첫 유치원은 산에 있는 숲 유치원으로 아이들이 자연과 함께 뛰놀며 몸과 정신이 건강한 성장을 이루는 것이 교육목표였다. 나는 그곳의 탁 트인 자연경관과 바깥 놀이터에 반했고 ‘그래 이곳이라면 교사도 아이도 모두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으로 입사를 결정했다.


그때 내 나이 24살이었다.

       

유치원에서는 가장 큰 형님이라고 할 수 있는 7살 유아들을 맡게 되었고 우리 친구들은 상당히 나를 좋아했다. ‘젊고 상냥한 우리 선생님’ 친구들에게 나의 첫인상은 이랬을 것이다. 다만 우리 반에 있는 한 친구가 나를 많이 힘들게 했다. 그 친구는 상당히 공격성이 강한 친구였는데 화가 나면 의자를 집어던지거나 나를 향해 침을 뱉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하루 종일 교실을 뛰어다녔으며 이제 그만하라는 나의 외침을 간단히 무시하고 장난감을 마음껏 던지며 놀이하기도 했다.

    

하루는 내가 그 친구에게 옷을 걸으라고 준 옷걸이를 다시 나에게 던져서 그 옷걸이에 내 이마가 맞은 적도 있었다. 그때 느낀 모멸감과 수치심이 아직도 생각난다. 나는 그날 저녁 같은 동료 선생님에게 토로하듯 말했다. 나는 지금 학대를 받고 있는 거라고.. 교사도 학대를 받을 수 있다고.. 그렇게 1년을 버티고 버텼다.

출근하는 길, 근무하는 동안 내내 시간은 더디게 흘러갔다. 부끄럽지만 아이들 앞에서 눈물을 보인적도 있었고 유치원에서는 내내 울음을 참다가 퇴근길 지하철을 타자마자 울음을 터뜨린 적도 많았다.

     

‘왜 저 친구는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지?’

‘왜 저 친구는 하필이면 우리 반에 왔지?’

‘왜 원장님은 초임교사인 나에게 저렇게 어려운 친구를 배정해주었지?’


그만하고 싶다.. 여기서 다 포기하고 싶다.     

그만두려는 말을 하려고 원장실을 기웃거린 적이 많았다. 정말 원장님 앞에 가서 ‘저 이젠 못 견디겠어요. 그만둘 거예요.’라고 확실하게 말해야지 하면서도 늘 못했다. 그때에는 내가 못했던 이유가 마냥 그런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워서 일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두려웠던 것 같다. 이렇게 포기해버리면 정말 사회에서 낙오자가 되어버리는 것이 될까 봐 말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그 유치원에서 그 친구와 함께 1년을 견뎠고 졸업식까지 마친 후 그곳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만둘 때 이제 다신 유치원 교사 따윈 안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29살이 된 지금도 나는 나의 초임 시절을 돌아보면 덜컥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그만큼 그 시기는 내가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시간들이었다.

사실 나는 지금도 나를 힘들게 했던 그 친구를 내 마음에서 온전히 용서하지는 못했다.

유아교사니깐 어떤 아이라도 포용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말을 굉장히 비현실적이다.

유아교사도 때로는 나의 품 안에 담기 힘든 아이들을 만난다.

다만 나의 직업적인 소명이 있기에 겉으로 티 내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할 뿐이다.

 

그렇게 유치원 졸업을 치르고 난 후 나는 백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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