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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Jan 04. 2021

초등학교에 입학할 우리 반 친구들에게

걱정 많은 선생님의 당부의 말 (잔소리)

얘들아 2021년도 새해가 떴어!

너희 지금 초등학교에 들어갈 생각에 엄청나게 들떠있겠지?

그런데 사실은 말이야. 너희들이 지금 어린이집에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한 거야.     

너희는 아직 초등학교 교실에 들어가 본 적이 없겠지만 그곳은 어린이집 교실과는 많이 다르단다.


일단 책상이랑 의자가 엄청 많아. 또 몇십 분마다 한 번씩 종이 치는데 그 종의 의미는 ‘이제 쉬는 시간이에요.’라는 뜻이야. 즉 종이 치기 전까지는 너희들이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하거나 선생님의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말이지. (선생님이 20년 전에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이랬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구나) 아마 어린이집에서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자유놀이로 보내던 생활과 비교하면 초반에는 조금 힘들 수 도 있어.   

   

그렇다고 너희들이 초등학교 들어가는 것에 대해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어. 선생님이 처음에 조금 겁을 주긴 했지만 사실 사람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뛰어나단다. 아마 너희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곧잘 적응할 것이고 또 초등학교 안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게 될 거야. 어린이집을 다닐 때와 비교하면 너희 스스로 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는데 그건 그만큼 자유가 주어진다는 것이기도 해.      


다만 한 가지 선생님이 너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들이 있어.

선생님이 너희들과 만난 1년 동안 한글 공부를 못하거나 어려워한다고 해서 단 한 번도 잘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한 적 없을 거야. 그래도 너희 중에서는 ‘나는 한글을 쓸 줄 모르는데요?’라고 말하면서 가끔 걱정을 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해. 사실 현재의 너희가 한글을 얼마나 잘 깨쳤는지는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란다. 어린이집을 졸업하는 그 순간까지도 한글을 잘 읽고 쓰지 못한다고 해도 그 이후에 충분히 배울 수 있어. 아마 너희들이 인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한글을 읽고 쓰게 될 것이고 내가 한글을 어떻게 배웠지 조차도 기억이 안 나게 될 것이니까.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 이야기 나누기 시간에 선생님이 자주 이야기하는 것들이 있을 거야.( 즉 우리가 잘 안 되는 것이기도 해.) ‘친구가 이야기를 하는 순간에는 아무리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참고 기다려야 한다.’ ‘다른 친구가 발표를 할 때에는 친구의 말을 경청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사실 방금 이야기한 것들을 어른이 되어서도 지키기 어려운 것이란다. 선생님도 누군가 이야기를 할 때 겉으로만 경청하는 척하면서 속으로 다른 생각을 할 때가 많고, 또 누군가와 말을 할 때 말을 자르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한 적이 있어. 어른도 하기 쉽지 않은 것들을 왜 너희들에게 하라고 하는 걸까?      


그 이유에 앞서 우린 이것을 알아야 해. 우리는 모두 다 다르다는 거야. 너희 서로의 얼굴을 봐봐. 누구 하나 똑같이 생긴 친구가 없지. 우리의 외면이 서로 다른 것처럼 우리의 내면 또한 각각 다르단다.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르게 인식하고 받아들이기도 해. 예를 들어 나에게 재미있는 놀이가 다른 친구에게는 진짜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나와 다른 사람의 차이를 인식하는 것을 어려워해. 즉 내입장에서만 생각하려고 한다는 거야. 이제 선생님이 또 하나 중요한 이야기를 할 건데, 방금 이야기를 통해 나와 다른 사람들을 모두 생각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을 거야. 중요한 것은 안 것을 뛰어넘어서 그 차이를 존중해야 하는 것에 있어. 이는 정말 어려운 것이란다.

     

하지만 우리가 이를 미리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이야기 나누기 시간이야. 우리 이야기 나누기를 할 때 하나의 주제를 갖고 이야기를 함에도 모두 떠오르는 것이 각각 다름을 경험해본 적이 있지? 예를 들어서 선생님과 최근 ‘겨울’을 주제로 이야기를 했을 때 민수는 하늘에서 눈이 내리는 모습을, 선아는 길거리에 포장마차에서 붕어빵을 사 먹었던 이야기를 또 다은이는 백화점에서 겨울 코트를 샀던 경험을 떠올렸어. 그리고 우리는 충분히 다양한 경험들에 공감할 수 있었지. 이러한 경험이 누적되면서 우리는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경험이 다르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어. 그리고 다른 사람이 말을 할 때 기다려주는 것, 경청하려고 노력하는 태도는 우리가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바른 태도를 구축하는 것에 밑거름이 된단다.

     

사랑하는 우리 반 친구들 초등학교에 가면 어린이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맺게 될 거야. 우리가 어린이집에서 배운 존중하는 태도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어 잘 살아하는 너희가 되길 바라.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서 어린이집에 매일 오는 것이 힘들었지만 2021년도에는 정말 코로나가 종식되어 우리 친구들이 초등학교 생활을 마음껏 누릴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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