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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국 Jun 13. 2022

아픔을 참는 시간

피부과시술후기

주말에 피부과에 갔다. 대학동창 친구가 개원했다는 소식에 단톡방이 잠시 들떴었는데, 찾아보니 집과 그닥 멀지 않았다. 신축 대단지 상가에 오픈한지 3주된 피부과는 이름처럼 고요하고 차분했다.


둘째를 낳은 후 (원래도 그랬지만) 거울을 보는 시간이 더 줄어들었었다. 하루 중 한번이라도 내 얼굴, 내 몸 을 살펴보지 않고 바쁘게 지나가는 날이 많았다. 원래부터 외모나 자기관리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었고, 그런 것에 투자하는 시간을 아깝다 여겼었다. 사실, 그런 쪽으로 투자를 해본들 크게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머리든, 옷이든 무조건 편한게 최고였고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여지는지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좋은 화장품을 써도 크게 차이가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니까' '나는 원래 외모를 꾸미는걸 잘 못하니까' 하며 관리를 안했다.


그러다 마흔이 되었고. 2년 휴직 후 몇 번인가 친구들을 만난 자리. 찍힌 사진들마다 보이는 내 모습은 하나같이 맘에 들지 않았다. 얼굴이 너무 처지고 넙대대해진 느낌, 아저씨 같았다. 사진을 보기가 싫어질 정도. 회사에서 자존감도 자꾸 떨어져 힘들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6월말 친구 결혼식 때는 예쁘게 찍히고 싶었다.


우선 살부터 빼자는 생각에 다이어트에 돌입. 6주차인 오늘까지 3키로 감량에 성공했다. 꽉 끼던 바지가 쉬이 들어가게 되고, 많이 움직이고 적게 먹으면서 몸이 가벼워져 좋았지만, 여전히 얼굴의 넙대대함과 피부 트러블이 문제였던 찰라... 친구가 개원을 했고, 원장 지인이면 50% 할인이 가능하다는 소식에 이것저것 알아보기 시작했다. 인터넷에는 정말 수천 수만 수백만의 시술과 미용후기가 넘쳐났다. 다들 어쩜 그렇게 부지런한지. 여러날 검색을 거듭한 끝에 나는 요즘 유행하는 리프팅과 스킨부스터 무슨무슨 주사.. 이런 용어들에 조금 익숙해졌다. 공장형 피부과의 영향(?)인지 대부분의 시술이 많이 저렴해진 까닭에 피부과의 문턱이 많이 낮아진 것 같았다. 첫 이직을 앞뒀던 2016년에 피부과에서 5회 레이저토닝관리를 받은게 나의 마지막 피부과 방문이었는데. 그때 결제했던 손떨리는 금액에 비하면 요즘은 정말 저렴해진듯 했다.


그리고 토요일, 투덜거리는 남편에게 애 둘을 맡겨놓고 피부과로 향했다. 신축 대단지 상가에 자리잡은 친구의 피부과는 고급스럽고 모던한 느낌이었다. 차분한 인테리어와 좋은 향기에 들어서자마자 기분이 좋아졌다. 실장과 우선 상담을 하는데 이름이 어려운 정밀 촬영기기로 얼굴을 여러번 찍었다. 화면에 나타난 내 얼굴은 기괴해보였다. 내 피부는 지성이고, 수분은 평균보다 좀 부족한 수준. 생리 전후로 트러블이 많이 나타나는 피부라 했다. 다른 것보다 코 주위로 모공이 너무 넓어서 모공을 손보는게 1순위라고. 여러 시술에 대해 설명해 준 뒤 원장진료를 봤다.


원장인 친구는 나의 대학 동기인데. 나처럼 문과를 나온 뒤 수능을 다시봐서 의대에 들어간 케이스다. 의대를 다시 졸업해 몇 곳에서 페이닥터를 하다가 이번에 처음 개원을 했다고 했다. 대학 때도 안면만 있는 정도였고 졸업 이후 처음 만나는거라 인사를 하기도 어색했는데, 고맙게도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오래 못보고 살던 동기와 선배들의 소식을 서로 업데이트하고, 각자의 근황을 나누기도 하며 편안하게 진료를 받았다.


나는 넙대대한 얼굴처짐을 좀 보완할 수 있는 '인모드'라는 시술을 받고싶다고 했는데. 친구는 어렵게 온김에 인모드와 브이로까지 해준다고 했다. 미간주름 보톡스만 맞겠다고 했는데 이마미간턱스킨 보톡스까지 해준다고.. 애들두고 먼길 나온 김에 다 하고 가라고 했다. 결제하는데 가격은 정말 반값도 안되는 수준이어서 이 정도 하고 남는게 있나 싶을정도였다.


우선 마취크림을 바른 뒤 30분 정도 누워있다가 시술실로 옮겨 시술이 시작됐다. '인모드'는 진공청소기같은 걸로 얼굴을 빨아들이는 느낌이었다. 생각보다 괜찮은데? 싶었지만 계속 하다보니 따끔했다. 인모드에 이어 곧바로 '브이로'도 해줬는데 이건 더 아팠다. 미세한 바늘이 피부를 콕콕 찌르는 느낌에 뻐근하게 아프기도 했다. 친구와 이것저것 수다를 떨며 금방 시간이 흘렀다.


옆으로 옮겨서 이번엔 얼굴에 점과 목의 쥐젖을 레이저로 빼줬다. 목에 얼마나 쥐젖이 많은지... 다 하고나서 재생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이니 미라같은 모습ㅎ 목에는 마취크림을 안발랐던터라 꽤 아팠고 피도 났던 것 같다. 마지막은 이마/미간/눈가/턱/스킨 보톡스였다. 주사가 찌르르 들어가는 느낌. 스킨 보톡스가 많이 아팠다. 말수가 점점 적어지다가 나중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관리실로 옮겨 큐티셀 mts? 가느다란 주사로 앰플을 도포해주는 관리도 받았다. 따끔따끔했지만 아까에 비해선 견딜만했다. 그리고나선 진정팩을 하고 재생레이저를 10분쯤 쐰 뒤 마무리가 됐다.


끝나고 거울을 봤는데 양쪽 광대부터 뺨까지 멍이 시퍼렇게... 1주일 정도 갈 수 있다고 했다. 시술 후 주의사항과 팩, 미스트까지 선물로 챙겨준 친구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병원을 나왔다. 이리저리 셀카를 찍어봤다. 당장 예뻐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스스로에게 해줬다는 기쁨이 있었다. 돈쓴게 아깝지 않게 더 잘 관리해야겠다는(?) 결심도 하게 됐다.


3일이 지나고 나니 멍은 많이 옅어졌지만, 얼굴이 간질간질해서 계속 수분미스트, 크림 등을 바르게 되고 어제는 시원하게 팩도 하고 잤다. 시술 자체의 효과도 있겠지만 평소 신경안쓰던 피부를 더 신경써서 좋아지는 이유도 있을 것 같다... 이것저것 바르니 피부에서 반질반질 광이 나서 뭔가 좋아진거 같기도 했다. 얼굴 라인도 어딘가 슬림해지고 v라인이 된것같은 나만의 착각(?)속에 거울을 자주 보고 셀카를 자주 찍어댄 주말이었다.


아픔을 참은 시간만큼, 좋은 결과로 돌아오길. 설령 크게 효과가 없더라도. 가끔은 이렇게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이렇게 생겼구나, 마흔의 나는 이런 얼굴로 걸어가고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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