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창립기념일 휴무였다. 25일 친구의 결혼식을 앞두고 모두 들떠있는 가운데, 나 역시 6월 들어 피부과 시술, 화장품과 옷 구입 등 나를 위한 투자(?)를 계속해 오던 차... 떡하니 생긴 평일 휴가에 무엇을 해야만 빠르게 예뻐질 수 있을지 급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저분해 보이는 머리를 염색하기로 결정하고 우선 샵에 예약. 나머지 시간은 무엇으로 보내면 좋을지 후보를 찾아봤다.
★ 퍼스널컬러 진단 - 유명한 곳은 최소 한달 전에 예약해야 함
염색을 하려하니 무슨 색깔로 하는게 좋을지. 퍼스널컬러 진단을 받아보고 싶었다. 남편에게 늘 옷색깔 잘 못고른다는 핀잔을 듣던터라 한번쯤 꼭 해보고 싶었는데. 하루 전에 급히 예약하려 알아보니 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아마도 최근 나혼자 산다 전현무가 퍼스널컬러 진단을 받은 탓도 큰 것 같다. 그가 진단을 받았다는 '컬러플레이스'를 비롯해 대부분의 퍼스널컬러 유명 진단샵들은 7월초까지 예약마감이었다. 1시간동안 강남 일대의 퍼스널컬러 샵들을 샅샅이 뒤지고 1대1 문의와 전화를 돌려봤으나 모두 마감... 전문샵들 말고 퍼스널컬러+헤어염색+메이크업을 묶어서 하는 미용실들도 꽤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전문성이 떨어질 것 같아서 관뒀다.
전현무가 찾아갔던 컬러플레이스
*기왕 알아본게 아까우니 나중에라도 하려고 리스트를 적어둔다(강남 기준)
-1대1 기준으로 1시간~1시간 30분 정도 소요. 맨 얼굴로, 하얀 티셔츠를 입고 가는게 좋음.
가격은 최소 8만원 ~ 12만원선, 2인 이상 할 경우 할인폭이 크니 친한 친구랑 가도 좋을듯.
-컬러플레이스 (전현무 출연. TV에 나오신 그 분이 유명한듯하나 현재 문의폭주로 게시판 답변에도 3~4일..)
-컬러예보 (연예인이 많이 한 곳이라고 알려져있음. 7월초까지 마감)
-한국패션심리연구원 (왠지 신뢰가 가는 이름이라 저장해둠. 예약은 조금 여유있는 편)
-웜앤쿨 퍼스널컬러진단 (잘하는 곳인지는 모르겠으나 7월초까지 마감)
-컬러라이즈 (이 분야 대기업형 체인으로 여러 지점, 가격이 저렴한 편)
-컬러가산다 (컬러라이즈와 유사하게 여러 지점, 가격이 저렴한 편)
-이 분야에서 유명한 '유이레' 라는 분도 있다고 한다. 망원동에 위치해 있고 내달 예약을 전달말에 받는데 3초만에 마감된다고... 가격은 90분에 15만원이라고 함.
친구의 추천으로 예약을 했다가 일정이 변경되면서 드랍했다. 예약한 곳은 선릉역 근처 '디나인 속눈썹'. 생활의 달인에 속눈썹 달인으로 출연한 분이 원장이라고 한다. 대부분 샵 가격은 4만원 선. 속눈썹펌은 속눈썹을 빠짝 한올한올 올려주는 시술이라 뷰러를 안해도 한 것 같은 효과가 한동안 유지된다고 한다. 그래서 눈이 1.5배 정도 커 보인다나? 대부분 만족스러워 하는 것 같다.
속눈썹 연장은 조금 호불호가 갈린다. 눈썹을 붙이는 시술이다보니 시술 후 눈꺼풀이 무겁게 느껴질 수 있고, 눈을 잘 비비는 사람은 금방 떨어지기도 하며. 무엇보다 시간이 지나면 본인 속눈썹도 나지 않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마스크 일상화로 눈과 눈썹 시술 매출이 부상했을거 같다..
★ 3번후보. 눈썹/아이라인 문신
아픔과 비용에 비해 얻는 효과가 드라마틱하다. 눈썹은 그나마 참을만한 아픔이지만 1~2주간 짱구 눈썹을 해야해서 결혼식때 어색해 보일까봐 시도하지 않았다. 아이라인은 무지 아프고 붓기도 3~4일 갔던 기억. 다가올 중요한 이벤트 없이 날 위한 하루가 또 생긴다면 요걸로 했겠지만 토요일 이벤트를 위해 요건 드랍.
★ 4번후보. 결국 한 것은 목욕탕 가서 세신하기 - 만족도 300% !!!
코로나 3년 내내 늘 그리워했던 목욕탕에 가고싶었다. 사우나 마니아인 친구 1명은 작년부터 마스크하고 이미 목욕탕 다니고 있다고... 그래서 용기를 내서 목욕탕에 일찍 갔다. 아침 7시에 가서 1시간 반 정도 완전 힐링하고 왔다. 세신사님이 얼마나 시원하게 세신해주셨던지 팁으로 만원을 더 드림. 때를 미는 작업은 조금 거칠긴 하지만, 마사지와는 비교되지 않는 개운함과 시원함이 있는 것 같다. AI가 모든 직업을 대체해도 세신사는 대체할 수 없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전신 마사지를 포함할 수도 있고 일반 마사지샵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
세신받으며 목욕의 신을 떠올렸다.. 세신사 리스펙트!
초등 첫째의 학교숙제로 문화유적지 보고서를 써야해서... 날 위한 시간은 오전으로 마무리했다. 목욕탕 세신 후 샵에 가서 염색하고 첫째를 픽업하러 집에 왔다가. 다시 같이 지하철 타고 선정릉에 다녀왔다. 무려 만 오천보를 걸어다닌 폭염의 하루.
캐나다를 떠오르게 하는 선정릉 숲속
머리가 마음에 들었는데 퇴근한 남편이 색깔이 이상하다고 막말을 하는 탓에 기분을 잡쳤다. 자기 전 우울해서 좀 울었더니 악몽까지 꿨다. 나는 그저 나를 가꾸는 것, 변화를 줬다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데...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어울리는지 아닌지, 나에게 맞는 컬러인지 아닌지 신경써야 한다고 생각하면 좀 스트레스 받는다. 한국은 유독 그런 수치화된 데이터를 좋아하는 것 같다. 16가지나 되는 MBTI를 줄줄 꿰고있는 사람들도 그렇고, 봄웜이니 겨쿨이니... 전문가에게 상담받아 정해진 자신의 톤을 신뢰하고 그에 따라 화장품을 사거나 옷을 찾는... 그닥 디테일하지 못한 나로선 나에게 어울리는게 뭔지 잘 모르겠는데. 40년동안 그렇게 살아왔다고 생각하니 스스로 좀 한심해지기도 한다. 얼른 퍼스널컬러부터 찾고... 그 다음에 다시 나를 위한 투자를 시작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