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국 Jun 27. 2022

제대로 살고 있는거 맞나.

아직도 나를 잘 모르겠다

친구의 결혼식으로 들뜬 주말을 보냈다.

대학동기들 중 마지막으로 결혼하는 친구였고, 사회적 성공과 다방면의 성취 모두 이룬 아이여서

결혼 소식이 더욱 우리를 들뜨게 했었다. 올봄 임원으로 승진하고, 최근 생긴 가장 핫한 호텔에서의 결혼, 그리고 프랑스로 발령까지. 인생에 겹겹겹 경사가 찾아온 듯 보이는 친구의 좋은 날을 멋지고 예쁜 모습으로 남기고 싶었다. 올해 내가 마흔과 결혼 10주년을 맞았다는 사실이 더욱 그 욕구를 부채질했다.


그리하여 나는. 두달간 다이어트를 해서 4키로 정도를 빼고, 40대에 접어들며 흘러내리고 있던 피부를 손질하기 위해 피부과에서 돈을 썼고. 한섬아울렛에 가서 하객룩으로 적당한 원피스도 한벌 샀다. 미용실에서 머리도 했고. 거기에 올리브영과 인터넷서 사들인 자잘한 화장품들, 팩들 등등. 마지막으로 식 당일에는 샵에 가서 헤어메이크업도 받았다. 못해도 백만원 이상을 지난 주말을 위해 쏟아부었다. 다이어트 때문인지 채워지지 않은 허기는 쇼핑욕과 지름신으로 전환되어. 아낌없이 질렀다. (그래도 가방이나 신발을 안산게 다행... 신발은 사실 샀다가 취소함)


그렇게 짠 변신을 꾀했던 하루는 꽤 만족스러워서, 나는 밤늦게까지 몇번이나 내 사진을 들여다 보았다. 메이크업을 받아 쫙 올라간 눈썹 덕에 눈이 커보였고, 브라운 헤어에 맞춰 눈썹과 마스카라도 갈색으로 해줘서 센스있고 우아해 보였다. 식사를 한 후에 배가 타이트하긴 했지만, 그래도 사진 속의 나는 그동안 해본적 없었던 스타일과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두꺼운 화장을 지우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니 다시 원래의 나로 금방 돌아왔다.


상반기의 빅 이벤트가 그렇게 끝나고 나자 허무함이 몰려들었다. 친구들과 다이어트 시즌2를 위해 결의했으나 뭔가 그전만큼 강력한 동기가 없는 느낌. 오늘따라 텅빈 사무실에서 휴가때 입을 수영복을 찾아보고 아이들에게 챙길 사항들을 검색해보곤 있지만 뭔가 심심한 느낌. 식이 끝나고 스벅에 모여 '이젠 뭐 재밌는거 없나?' 라고 허탈해하던 친구들처럼 나도 다시 마음을 쏟을 무언가를 찾아야 할 시점이었다. 어젯밤에는 텅빈 통장잔고를 보며 남편과 소리지르며 다투고. 아이들 앞에서 못난 꼴을 보였다.


이번 이벤트를 거치며 깨달은 것은 내가 나 자신의 취향을 명확히 모른다는 것이었다. 나에게 어울리는 옷, 어울리는 색깔이 무엇인지 모른채 익숙하고 편안한 것만 찾아왔었다. 늘 기준없이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춰 할 수 있다는 게- 정답이 없고 물처럼 유연하다는 게 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내 취향이 명확치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판단이나 평가에 더 휩쓸리고 스스로는 자신이 없어한다는 걸 알았다. 뚜렷한 취향이 없다는 건 곧 자신감과 자존감이 부족하다는 것과 연결된다는 걸 깨달았다. 남들이 뭐라하든 나만의 확고한 취향과 스타일을 가져야만 행복하고 자존감 높은 사람이 될 수 있단 걸.


하반기에는 좀 더 내 취향과, 나에게 어울리는 것, 내가 하고싶은 것들을 알아내고 실행하는데 집중해서 살아야겠다. 나는 어떻게 살면 행복한 사람인지. 더 나를 사랑하고, 나에게 집중해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우선 속눈썹펌을 예약해야 하려나. 허허.

매거진의 이전글 하루 휴가 생겼을 때 하기좋은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