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하지만, 여리고 아픈 마음이겠지_유산 이후, 7차 시험관을 앞두며
2024년 끝자락, 시험관으로 보내왔던 한 해가 다 가고 마지막달인 12월이 왔다.
시험관을 진행하며 맞이하는 두 번째 12월이다.
올해는 유난히 조용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12월을 맞이하였다.
소파술을 한 후, 벌써 한 달이 넘은 시간이 지나서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문득문득 멍해지고 알 수 없는 감정선이 휘몰아치는 느낌을 받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느낌도 들었다.
조용한 노래를 듣기만 해도 눈물이 나던 시기는 지나 더 이상 '슬픔'이라는 감정 안에서 매몰되진 않는다.
하지만 이따금씩 샤워를 하거나, 운전을 하거나, 밥을 먹을 때 기억하기 싫은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고, 알 수 없는 '이상한' 마음이 들었다.
나조차도 '이 감정은 무얼까' 고민하던 시기, 심리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다.
'난임우울상담센터'에서 상담을 시작하다.
소파술을 한 직후, 참을 수 없던 괴로움이 터져 나오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무작정 난임우울상담센터에 전화를 걸어 상담을 요청하였다. 직접 가기는 어렵고 온라인상으로 상담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결과는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뚜둥. 한 달을 어떻게 기다리지..?라는 마음에 일단 알겠다고 하였다.
속절없이 한 달이란 시간이 흐르고, 잊혀갈 때쯤 상담센터에서 자리가 났다고 연락이 왔다. 그리고 12월 초부터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다. 상담은 약 8회 정도 2-3주 간격으로 받는다고 안내받았다.
온라인 zoom으로 40분 동안 상담은 진행되었고, 첫 상담시간은 오후 2시 반이었다.
참 이게 뭐라고..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약간의 설레는 마음으로 노트북 앞에서 zoom을 켜고 상담을 하기 시작하였다. 처음 얼굴 보는 자리인데 내 마음이 풀릴까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상담에 임했던 것 같다.
시간은 2시 반이 되었고, 상담이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oo님, 처음 뵙겠습니다. 상담시간까지 오랜 시간 기다려주셨죠. 이렇게 직접 이 센터에 전화까지 하셔서 상담을 신청하기까지 어떤 마음이셨을까요?"
인사말과 함께 상담선생님의 첫 시작은 나의 마음에 대한 물음이었다.
상담선생님은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나의 마음에 대해 많이 물어봐주셨다. 내가 지금 어떤지, 어떤 마음인지, 왜 그런 마음으로 했는지 말이다.
덤덤하게 이야기를 하다가 나조차 외면했던 내 마음에 대해 찬찬히 들여다보니, 갑자기 눈물이 터져 나왔다.
상담을 시작하기 전까지 우울하지도 않았고, 많이 웃었고 평온했는데... 상담을 시작한 지 20분 만에 이렇게 눈물이 펑펑 나올 수 있다니 신기했다.
첫 상담만으로 이렇게 눈물이 날 수 있구나.
진심으로 나는 나의 마음에 대해 깊게 나누고 싶은 사람이 필요했나 보다.
고이 잘 접어서 넣어두는 마음이란.
선생님과 진행된 두 번째 상담시간.
한번 얼굴을 뵈었으니,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온라인 zoom을 켰다.
첫 시간에는 전반적인 나의 난임을 겪는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면, 두 번째 시간에는 '유산'을 겪은 나의 마음에 대해 깊게 털어놓는 시간이었다.
다소 무겁고 슬픈 주제였기에 선생님은 내가 하는 말에 눈을 맞추고, 이따금 필기를 하며 내 이야기를 깊게 들어주셨다.
"oo님, 그 아픔을 겪었을 때, 어떤 마음이었어요? 그 아픔을 남편과 자세하게 이야기 나누었나요?"
"선생님, 남편은 그 일을 너무 아파해서 자세히 이야기하기 좀 힘들어해요."
"그렇군요. 참 아픈 마음이에요 oo님, oo님도 그렇죠? 그런데 말이에요.
이제 그 아픔을 딛고 새로운 시험관 이식을 이제 앞두고 있잖아요? 그전에 꼭 그 아픔은 잘 정리를 해두는 시간이 필요해요
마치, oo님 마음에 흐트러져있는 그 조각조각의 아픔들을 잘 모아서...
예쁘게 예쁘게, 상자에 넣고 고이 잘 접어서 내 마음속 깊이 넣어놔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해요"
선생님은 고운 포장지로 선물상자를 덮는듯한 제스처까지 보여주시며 이런 말씀을 이어나가셨다.
난 아직도 선생님의 말씀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
고이 잘 접어서 넣어두는 마음이란 어떤 것일까.
너무 소중한데, 그러면서도 동시에 너무나도 여리고 건드리기만 해도 아픈 기억인 것 같다.
흐트러진 그 조각조각의 아픔이 참 뾰족할 텐데.
그걸 하나하나 상자 안에 모으고, 그걸 잘 포개고 여민후 내 마음속 깊이 넣는 그 행동이 참 가슴이 시렸다.
상담이 끝나고 저녁, 퇴근한 남편과 함께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빠, 오늘 선생님이 우리가 이 아픔에 대해 잘 이야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셨어.
그 아픔들을 예쁘게 예쁘게 상자에 넣고 잘 포개서 마음 깊이 넣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남편은 가만히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선생님 말씀이 맞으시네. 하지만.. 그냥 나는 사실 그 이야기를 꺼내기가 좀 힘들어. 너무 아프거든"
남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는 말했다.
"맞아. 오빠, 그래도 이렇게 오빠가 아프다는 이 감정을 나한테 공유하는 게 중요한 거야. 천천히 그냥 오빠도 마음속으로 잘 정리해 봐 기다릴게"
짧은 대화였지만. 충분했다.
남편과 나는 '함께' 두 손 모아 그 아픔을 고이 잘 접어 넣어두고 있는 중이었다.
남편과 나만의 조용한 크리스마스
마음은 고이 잘 접어두었나요? 내 마음의 선물상자
시간은 흘러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연말이 다가왔다.
유산을 하기 전, 새로운 집에 이사 온 만큼 올해부터는 예쁜 크리스마스트리를 연말에 두자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올해도 크리스마스 트리 없이 조용하게 연말을 보내게 되었다.
아직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두기 싫었다.
남편과 나는 서로 약속한 거처럼 '트리는 내년에 사자'라는 말과 함께 조용히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되었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없지만, 예쁘게 고이 접은 마음은 내 마음속 어딘가 '선물상자'에 잘 넣어두었다.
이 아픔을 단순히 아픔으로 치부되기 싫었다.
여리고 아프지만, 너무 소중한 마음이기에 리본이 예쁘게 묶인 '선물'상자에 넣어두고 잘 간직하고 싶었다.
2024년 크리스마스는 트리는 없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선물상자와 함께했다.
새로운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크리스마스에는 예쁜 트리가 우리 집을 밝히겠지?
소중한 선물이 찾아오길 바라며, 다시 한번 이 마음을 고이 접어 마음속 깊이 단단하게 넣어둔다.
브런치에 글을 안 올린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글을 조금 써 내려가다가 멈춘 그런 시간들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러자, 어느 순간부터 글을 쓰기가 막막해지고 무서워졌습니다. 그러자 무섭게도, 두세 달이 훅 지나가버렸습니다.
글을 쓰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보니,
이래저래 정리되지 않은 마음들로 인해 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냥 마음에 맡겼습니다.
억지로 무언가를 하기보단, 그냥 있는 그대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다시 글을 쓰고 싶어 졌습니다.
다시 힘을 내어 글을 적어보려 합니다.
부족한 글을 기다려주신 분들, 댓글로 좋은 말씀 남겨주신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