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회 차 시험관을 준비하며, 5번째 난자 채취부터 시작 (신선 5차)
마지막 배아의 결과가 1차 피검사 50의 결과를 알고 2차 피검사를 받으러 간 날, 의사 선생님과 담담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평온한 목소리였지만 나의 말에서는 강한 심지가 박혀 있었다.
선생님도 나의 대화 속에서 단단한 아픔을 느껴지셨나 보다.
꽤 오랜 시간, 자세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피검사 수치가 아쉽네요. 2차 피검을 한번 봅시다"
"네 선생님, 사실 임테기를 해봤는데 많이 흐리거든요. 남편과 저는 마음의 준비를 한 상태예요. 제가 만약에 이번에 잘 되지 않는다면, 배아를 다 썼잖아요...
앞으로의 스케줄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지금부터 한 달 쉬고 난자 채취, 한 달 쉬고 동결이식을 진행하나요?
거의 4개월 뒤에나 이식을 할 수 있는 건가요?"
"네 그러셨군요.. 음.. 이번에 한 달 쉬지 않고 생리가 나온다면 바로 채취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달 쉬고, 동결이식을 진행하는 거죠"
" 네 선생님, 그리고 이번엔 이제 할 수 있는 건 다 해 보고 싶어서요. 저희 저번에 이전병원에서 반착검사(반복착상실패검사)도 4가지 항목 다했었고요... 습유검사(습관성 유산검사)? 그것도 해야 할까요? 그리고 이번엔 pgt도 진행하고 싶어요.(배아염색체 검사)"
"습유검사가 반착검사랑 검사가 같습니다. 그래서 안 해도 되실 것 같고.. pgt는 네.. 그렇게 하시죠..
사실 oo님은 나이가 아직 pgt를 권할 나이는 아닌데.. 일단은 참 이게 애매한 게, oo님의 상황이 저희 병원에 오셔서 3차까지 진행하셨을 때 화학적 유산 2번, 계류유산 1번 이잖아요.
이게 화학적 유산은 우리가 공식적인 유산으로 카운트하진 않아요.
그래서 계류 유산을 3번 이상 했을 때 습관성 유산 검사라고 습유검사를 진행하는데 그것도 해당하지 않고..
그렇다고 착상은 다 되었고, 한 번은 임신으로 거의 9주까지 유지가 되었으니 반복적 착상 실패도 아니고..
어느 것도 해당하시지 않아요. 그런데 계속되지 않으니.. 많이 답답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단은 pgt도 권할 나이는 아니고 하지만 일단은 계속 우리가 안되니까, 모든 방법을 써서 한번 해봅시다. 제가 꼭 임신시켜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가 죄송합니다. 마음 많이 힘드실 텐데, 일단은 2차 피검 결과 한번 보시고.. 이후에 경과를 살펴보죠"
캄캄한 터널 속에서 어디가 출구인지 모른 채 허공을 보고 대화를 나눈듯했다.
이야기를 끝난 후, 진료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2차 피검사 결과는 20, 역시나 화유 진행 확정이었다.
그렇게 3차 피검 약속을 잡았지만 3일 뒤 생리가 시작되었고, 5번째 난자 채취를 위한 진료를 진행하기 위해 병원을 다시 방문하였다.
난자 채취를 준비하며, 다시 시작
참 답답하게도, 3일 만에 방문한 병원은 하필이면 구정 당일이었고, 병원에는 내 주치의 선생님이 아닌 단 두 명의 당직 선생님들만 계셨다. 수많은 사람들 인파 속에서 나와 남편은 말없이 묵묵하게 과배란 약을 받아오며 다시 난자채취의 시작을 알렸다.
씁쓸한 2025년의 시작이었다.
7번의 배아 이식을 한 후, 3차 피검사를 한 예정일에 생리가 시작되어 버렸기에, 다소 급하게 시작하는 과배란이었다. 다행히 주치의 선생님은 이식 후에 한 달을 쉴 필요 없이 바로 채취가 가능하다고 해서 나는 무조건 한다고 하였다.
나한테 한 달 한 달은 금이었다. 임신이 노력하면 한 달에 몇 번 뿅 되는 것이 아닌지라, 한 달에 한 번만 오는 이 기회가 절실했다.
일 년에 12번, 나는 올해도 12번이라는 숫자 제한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12번을 다쓰냐, 그것도 아니다. 거기서 한 달 쉬고, 자궁경 하고, 또 한 달 쉬고 이런 식으로 하다 보면 내게 1년에 이식할 수 있는 시간은 3-4번 될까 말까이다. 작년에는 그 3번의 배아 이식이 모두 안되었고, 유산이라는 큰 아픔을 겪었다.
구정을 보냈으니, 진정한 새해를 맞아 다시 한번 또 시작인 것이다.
남편은 일정을 너무 빠듯하게 잡아서 난자 채취를 하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을 했다. 최근 스트레스 때문인지 평소 약했던 위가 다시 말썽을 부려 위염이 한 달 가까이 진행되어, 음식을 양껏 못 먹었기 때문에 내 건강상의 문제를 걱정한 것이다.
남편의 배려와 걱정이 고마웠으나.. 그보다도 나는 시간이 더 우선이었던 것 같다.
조금이라도 빨리, 내 친구들은 다 임신을 하는데.. 나만.. 나만.. 이런 마음이 항상 기저에 깔려있었다.
그렇게, 2025년의 첫 과배란이 시작되었다.
익숙하게 과배란 주사를 능숙하게 조제하고 배에 자가주사를 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것도, 많이 하면 익숙해지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구나.
그놈의 pgt, 애증의 pgt,
드디어 이것까지 하게 되는구나.
산 넘어 산, 시험관 인생
늘 그렇듯 주사가 문제가 아니었다. 마음이 문제였다.
마음의 불안감, 걱정, 여러 가지 부정적 감정들이 항상 나를 괴롭혔다.
이번엔 5일 배양이 나올까? 그것을 넘어서서 5일 배양이 나와도 다음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 pgt 통과가 되는 배아가 나올 수 있을까?
- pgt통과배아가 나와도 이식이 잘되어 아이를 내 품에 안을 수 있을까?
- 난 도대체 언제 아이를 품을 수 있는 거지?
산 넘어 산. 산, 산, 산
끝도 없는 산이 내 앞을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이것까지 하게 된다는, 이 애증의 pgt란 도대체 무엇일까.
착상 전 유전자 검사(Preimplantation Genetic Testing, PGT)의 줄임말이다.
나는 계속 착상 유지의 어려움으로 유산이 있다 보니, 시험관 카페에서 강력하게 pgt추천을 받았고, 이를 선생님께 요청드린 것이다.
pgt를 함으로써, 유전자의 결함이 많은 배아는 애초에 배아 이식을 하지 않기에, 초기 유산이나 문제없이 더 성공률을 높이게 된다.
pgt는 나이가 있으시거나, 시험관을 꽤 고차수로 했을 때 실패한 분들이 하게 된다.
보통 40대 이상의 분들이 진행하지만... 나처럼 나이가 어려도 되지 않기에 일단 받아보기로 하였다.
(금액 자체가 배아 1개당 몇십만 원의 비용을 내고 검사를 진행해야 하기에 비용적으로, 시간적으로, 정신적으로 만만치 않은 검사이다.)
종종 시험관 카페에서 pgt이야기를 볼 때면,
처음에 에이, pgt까지 하겠어란 생각을 했지만.. 역시 사람은 절대 방심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항상 시험관을 하면서 배우는 인생 공부이다. '나한테 안 생기란 법은 없다'
채취를 하게 된 후, pgt 결과를 듣기까지 약 2주가 소요되었다.
그 2주의 시간이 2년같이 길게만 느껴졌다.
2주 후, 드디어 5일 배아가 몇 개 나왔는지, 그리고 그중에 pgt통과배아는 몇 개인지 결과를 들으러 병원을 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