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끝이 아니야

끝과 시작은 항상 같은 곳에 있으니까요.

by 북칼럼니스트 윤정



세상의 모든 일에는 분명한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 반드시 시작해야 끝낼 수 있다. 시작하지 않은 일을 끝낸다고 할 수 있을까? 중도에 일을 포기하더라도 그 일에는 분명 시작이 있었을 테고, 포기한 그 시점이 바로 끝인 것이다. 정해둔 때는 없지만 언제나 시작과 끝은 함께이다. 우리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다만 받아들이지 않을 뿐이다.



끝이 곧 시작이다.


꼬닥꼬닥 올레길을 걸으면서 다시 배웠고, 그 순수한 진실이 어느새 내 것이 되었다.



제주의 섬 둘레를 하나의 큰 원으로 연결하는 올레길. 한 코스의 종점은 그다음 코스의 시작점이 된다. 1코스 끝나는 곳이 바로 2코스의 시작점이고, 2코스의 종점은 다시 3코스의 시작점이 된다. 올레길을 며칠 동안 연이어 걷는 사람이나, 제주에 살면서 틈틈이 걷는 이들에게는 쭉 이어 진 길이니 시작과 끝에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처럼 띄엄띄엄, 하루에 한 코스만 걷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다르다.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 길 위에 그것들이 나를 기다리며 어서 오라고 재촉한다. 엄마 손을 잡아당기는 아이처럼.


2021년 6월 7코스종점.

2021년 6월, 7코스를 걷고 종점인 월평 아왜낭목 쉼터에 도착해서 사진을 찍고 기록을 남겼다. 제주는 역시 제주, 육지보다 덥고 습했다. 덕분에 옷은 땀에 절어 있었고, 바닷바람으로 머리카락은 엉망이었지만 완주했다는 기쁨에 무척 뿌듯했다. 사진에 그 신남을 모조리 담고 싶을 만큼 그날의 기분은 최고였다.



2022년1월. 8코스 시작점

2022년 1월, 올해 들어 첫 코스로 8코스를 걷기로 했다. 8코스의 시작은 7코스의 종점인 월평 아왜낭목 쉼터이다. 그때 그곳이다. 이정표를 지키는 소철나무는 상록수 이기 때문에 잎의 색은 그대로였지만, 반년만에 다시 찾은 그곳은 느낌이 달랐다. 계절이 바뀌어 온도가 달라져서일까? 공기의 냄새가 다른가? 아니면 종점을 만난 나의 기분과 시작점을 만난 나의 기분이 달라져서일까?



새로운 코스의 올레길을 걸어야 할 때 반드시 가야만 하는 지난 길의 끝 지점. 어떠한 일의 끝은 또 다른 일의 시작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래서 끝은 진짜 끝이 아니고 시작은 맨 처음의 시작이 아니다. 끝과 시작은 이렇게 연결되어 있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그런 일들이 있다. 초등학교를 졸업해야 중학교에 갈 수 있고, 이별을 겪어야 새로운 사랑을 할 수 있다. 물론 세상만사가 다 그렇지는 않다. 여기에 꼭 맞는 일화가 아닐 수도 있지만 친구의 일을 보면서도 시작과 끝이 한지점이라는 것을 느낀 적이 있다. 친구는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고, 5년이 넘게 아이를 기다렸지만 임신이 잘 안 되었다. 그런데 작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바로 아기가 들어섰다. 우리는 아버지가 점지해주고 떠나셨다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죽고 아이가 생긴 것은 우연이겠지만, 가끔 아버지가 가시면서 남겨놓은 생명이라고 생각하면 인생도 결국은 이렇게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작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




살면서 우리에게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만날 때, 이것이 끝이라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또 새로운 시작을 할 때 처음이라고 너무 겁낼 필요도 없다. 그 끝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바로 인생이니까. 실패도 두려워하지 말자. 거기서 다시 시작하면 되는 것이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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