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킴이면 쌉가능
"나랑 커피 한 잔 할래요?"
조금은 뻔하고 조금은 구닥다리 같은 멘트 같겠지만 밥보다 커피를 더 좋아하는 나에게는 그 어떤 말보다 듣고 싶고 하고 싶은 말 중 하나이다.
지금은 까페라떼라는 말이 더 흔하게 사용되지만 예전에는 밀크커피라고 불렀다. 자판기에도 밀크커피 버튼이 있었다. 지금처럼 봉지에 한 잔 분량씩 정량 포장되어 있는 스틱커피가 대중화되기 전에는 커피, 프림, 설탕을 따로 통에 담아서 각자의 기호에 맞게 타서 먹기도 했다. 가끔은 그때 그 맛이 그리워서 먹어보고 싶기도 하다. 커피 둘, 프림 둘, 설탕 둘 일명 둘둘둘이 딱 내 스타일인데. 너무 라뗀가?
대학시절 도서관에서 시험공부를 하다가 짝사랑 선배가 나타났을 때, '선배! 저랑 자판기 커피 한 잔 할래요?' 하며 다가가기도 했고, 미팅 후에 상대가 맘에 들어 한 번 더 만나고 싶을 때, '다음에 커피 한 잔 사 주실래요?' 슬쩍 애프터 신청을 했다. 그 말에는 '설렘' 두 스푼을 살짝 넣었다.
무더운 어느 여름날, 독박 육아할 때 유모차에서 잠든 아이를 데리고 잠깐 카페에 앉아서 마셨던 커피에는 '쉼' 두 스푼.
요즘은 매일 아침마다 모닝커피를 함께 마셔주는 동무가 있다. 매일 봐도 우리는 매일 무슨 할 말이 그렇게도 많은지. 어제저녁에 있었던 일, 애들 학원 얘기, 제주 올레길 이야기, 다이어트, 점심 메뉴. 시답잖은 말들 그 안에 인생을 꾸려나가는 양념 같은 '행복' 두 스푼을 넣는다.
커피를 마시면서 상대와 나누는 것은 커피 만이 아니다. 시간을 나누고 마음을 나눈다. 나의 생각과 너의 생각을 포개 본다. 그 시간만큼은 커피와 앞에 앉는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한다. 마음속에 그녀와 나의 이야기만 저장한다.
'커피 한 잔 할래요?' 그 말은 ‘너와 마주 앉아서 이야기 나누고 싶어.’, ‘너의 말이 듣고 싶어.’, ‘나는 지금 너와 함께 있고 싶어.’, 라는 뜻이다. 이 말에는 에스프레소처럼 향이 진한 그리움이 두 스푼 들어있다.
"나랑 커피 한 잔 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