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싱그러운 이면, 와인에 더하는 신선한 꽃향기
장미 향이라고 해서 모두 똑같은 장미 향은 아닙니다. 풍성하고 화려한 클래식 장미 향(제라니올)이 있는가 하면, 이제 막 피어나는 장미 꽃봉오리에서 느껴지는 싱그럽고 섬세한 향도 있습니다. 이 후자의 향, 즉 장미의 신선하고 푸른 이면을 와인에서 그려내는 주역이 바로 네롤(Nerol)입니다. 제라니올(Geraniol)의 이성질체(isomer)인 네롤은 와인의 꽃향기 팔레트에 섬세함과 생동감을 불어넣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네롤(C₁₀H₁₈O)은 장미(Rose) 계열의 향을 내는 모노터펜 알코올(Monoterpenoid alcohol)입니다. 제라니올이 '만개한 장미'라면, 네롤은 '이슬 맺힌 장미 잎'에 가깝습니다. 제라니올보다 덜 강렬하고 부드러우면서, 갓 자른 풀이나 레몬 껍질 같은 그린 노트(Green Note) 뉘앙스가 더해져 한층 더 청량하고 신선한 인상을 줍니다. 이 향기로운 특성 덕분에 네롤은 와인뿐만 아니라 홍차, 홉(Hop), 그리고 라벤더를 포함한 여러 향수의 원료로도 중요하게 사용됩니다.
네롤의 잠재력은 포도밭에서 시작됩니다. 이 화합물의 전구체(precursor)는 제라니올처럼 주로 포도 껍질(skin)과 과육(flesh)에 축적됩니다. 포도밭의 햇볕 노출은 네롤의 전구체 농도를 증가시키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과도하게 높은 온도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오히려 분해될 수 있는 양면성을 가집니다. 포도알 속에 향이 없는 비활성 배당체(Glycoside) 형태로 존재하던 이 잠재력은, 알코올 발효 과정에서 효모(Yeast)에 의해 비로소 향기를 내뿜는 자유형(Free form)으로 방출됩니다.
네롤은 발효와 숙성 과정에서 흥미로운 변화를 겪습니다. 일부는 구조가 바뀌어 더 풍성한 향의 제라니올(Geraniol)로 변하기도 하고, 또 다른 일부는 환원되어 시트로넬롤(Citronellol)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차(tea)에서는 네롤이 호트리에놀(Hotrienol)이라는 물질로 전환되는데, 이는 차의 가치를 높이는 긍정적인 변화로 여겨집니다.
네롤의 신선한 장미 향 캐릭터는 주로 뮈스카(Muscat), 게뷔르츠트라미너(Gewürztraminer), 리슬링(Riesling)과 같은 아로마틱 품종에서 잘 나타나며, 와인의 전체적인 꽃향기 부케에 복합성과 싱그러움을 더하는 역할을 합니다.
주요 연관 아로마:
꽃(Floral): 장미(Rose), 오렌지 블라썸(Orange Blossom), 목련(Magnolia)
과일(Fruity): 감귤류(Citrus), 비터 오렌지(Bitter 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