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호트리에놀

꿀, 건초, 꽃향기를 내는 숙성 화합물

by 체우

대만의 최고급 우롱차인 '동방미인(東方美人)'에는 특별한 비밀이 있습니다. 일부러 찻잎을 작은 벌레에게 물리게 하여, 잎이 스스로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독특하고 달콤한 꿀과 같은 향기를 만들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매력적인 향기의 핵심 성분이 바로 호트리에놀(Hotrienol)입니다. 와인에서도 호트리에놀은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포도 자체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혹은 귀부균(Botrytis cinerea)이라는 곰팡이의 흔적 속에서 피어나는, 섬세하고 복합적인 숙성의 향기입니다.


호트리에놀(C₁₀H₁₆O)은 모노터페노이드 알코올(Monoterpenoid alcohol)의 일종으로, 그 자체의 향은 달콤한 꿀(honey-like), 잘 마른 건초(hay-like), 그리고 은은한 꽃(floral) 향으로 묘사됩니다. 신선한 과일이나 꽃향기보다는 더 차분하고 깊이 있는 이 향은, 젊은 와인과 숙성된 와인을 구분 짓는 중요한 향기 마커(marker) 중 하나로 작용합니다.


호트리에놀의 이야기는 와인이 병에 담긴 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신선한 포도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다가, 주로 와인의 산성 환경 속에서 1차향인 리날로올(Linalool)이 화학적으로 재배열(acid-catalyzed rearrangement)되면서 생성됩니다. 이 반응은 특히 낮은 pH와 약간의 산화적인 환경에서 촉진됩니다. 즉, 와인이 병 속에서 서서히 익어가는 과정 자체가 호트리에놀을 탄생시키는 것입니다.


또한, 호트리에놀은 와인 양조 과정에서 다양한 미생물에 의해서도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일부 야생 효모의 일종인 비-사카로마이세스(Non-Saccharomyces) 효모가 이 생성을 돕기도 하며, 특히 귀부균(Botrytis cinerea)에 감염된 포도에서는 호트리에놀의 수치가 눈에 띄게 증가합니다. 이것이 소테른(Sauternes)이나 독일의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TBA) 같은 귀부 와인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복합적인 꿀 향의 비밀 중 하나입니다.


호트리에놀은 리슬링(Riesling)처럼 리날로올 함량이 높은 와인의 숙성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시간이 지나며 신선한 꽃향기의 리날로올은 감소하고, 그 자리를 꿀과 건초 뉘앙스의 호트리에놀이 채우면서 와인의 캐릭터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듭니다.


주요 연관 아로마:

달콤함(Sweet): 꿀(Honey)

꽃(Floral)

기타(Other): 건초(Hay-like), 차(Tea, 특히 다즐링 홍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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