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리날로올 옥사이드

숙성된 와인에서 드러나는 나무와 수지의 아로마

by 체우

어릴 적 화사한 꽃향기를 뽐내던 리슬링(Riesling) 와인이 몇 년의 세월이 흐른 뒤, 그 화려함은 잃었지만 대신 차분하고 복합적인 다른 무언가를 보여줄 때가 있습니다. 이 향기로운 시간의 흔적을 만드는 주역 중 하나가 바로 리날로올 옥사이드(Linalool oxide)입니다. 이 화합물은 향기로운 리날로올(Linalool)이 산화되고 재배열되어 만들어지는 '자식'과 같은 존재로, 와인의 숙성 단계를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리날로올 옥사이드(C₁₀H₁₈O₂)는 리날로올에서 파생된 모노터페노이드(monoterpenoid) 계열의 고리형 에테르(cyclic ether) 화합물입니다. 와인에서는 주로 피란(pyranic)푸란(furanic)이라는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합니다. 이 화합물의 가장 큰 특징은, 그 어머니 격인 리날로올의 화사한 꽃향기와는 전혀 다른, 훨씬 차분하고 절제된 향을 낸다는 점입니다. 주로 나무(woody), 잎사귀(leafy), 그리고 식물성(green) 뉘앙스와 함께 수지(resinous)와 같은 향으로 묘사됩니다.


이러한 향의 질적 차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감지 역치(Odor Threshold)의 극적인 변화입니다. 리날로올의 감지 역치는 약 100µg/L 수준으로 매우 낮지만, 리날로올 옥사이드의 감지 역치는 3,000~5,000µg/L에 달할 정도로 매우 높습니다. 이는 우리가 이 향을 인지하기 위해 리날로올보다 30배 이상 많은 양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며, 아로마틱 와인의 향이 숙성됨에 따라 급격히 약해지는 '향의 공백' 현상을 설명하는 핵심적인 단서입니다.


리날로올 옥사이드는 신선한 포도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주로 와인의 산성 환경 속에서 리날로올(Linalool)이 화학적으로 재배열되면서 병 숙성 중에 생성됩니다. 또한, 일부는 배당체(Glycoside) 형태로 존재하다가 발효 중 효소에 의해 방출되기도 하며, 귀부균(Botrytis cinerea)에 감염된 포도에서는 이 균의 효소 작용에 의해 생성이 촉진되어 귀부 와인의 복합미에 기여하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리날로올 옥사이드는 리슬링(Riesling)과 같은 아로마틱 와인이 숙성됨에 따라 그 존재감이 커지는 화합물입니다. 향을 쉽게 내뿜던 리날로올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목소리가 훨씬 작은 리날로올 옥사이드가 채우면서, 와인의 캐릭터는 화려한 1차향의 시대에서 차분하고 복합적인 3차향의 시대로 넘어가게 됩니다.


주요 연관 아로마:

나무 & 식물(Woody & Green): 나무(Woody), 잎사귀(Leafy), 식물성 향(Green Notes)

기타(Other): 수지(Resinous), 꽃(Floral), 시트러스(Citrus) - 꽃과 시트러스 향은 리날로올과 달리 매우 미미하거나 다른 뉘앙스로 발현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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