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 누아와 뮈스카의 제비꽃, 라즈베리 아로마
잘 만든 피노 누아(Pinot Noir) 와인에서 느껴지는 섬세하고 우아한 제비꽃 향기, 혹은 뮈스카(Muscat) 와인의 복합적인 과일 향 속에서 발견되는 라즈베리 뉘앙스. 이처럼 와인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매력적인 향의 이면에는 베타-이오논(β-Ionone)이 있습니다. 19세기 향수 산업의 황금기를 이끌었을 정도로 영향력 있는 이 향기 분자는, 와인 속에서 다른 향들과 어우러지며 숨은 매력을 발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베타-이오논(C₁₃H₂₀O)은 베타-카로틴(β-carotene)과 같은 카로티노이드가 분해되어 만들어지는 노르이소프레노이드 케톤(norisoprenoid ketone) 계열 화합물입니다. 이 화합물의 가장 큰 특징은 매혹적인 제비꽃(Violet)과 잘 익은 라즈베리(Raspberry) 향이며, 때로는 나무(woody) 뉘앙스도 함께 나타납니다. 와인 내 감지 역치(Odor Threshold)는 약 0.09 µg/L로 매우 낮지만, 와인의 복잡한 환경(매트릭스) 속에서는 다른 향에 의해 그 존재감이 가려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감지 역치 이하의 낮은 농도에서도 다른 꽃향기 분자들과 시너지를 일으켜 와인의 전체적인 꽃향기를 더 풍성하게 만드는 '숨은 조력자'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베타-이오논의 잠재력은 포도밭의 햇볕과 온도의 영향을 받아 포도알 속 카로티노이드 양에 따라 결정됩니다. 포도 속에 향이 없는 배당체(Glycoside) 형태로 존재하던 이 잠재력은 두 번에 걸쳐 발현됩니다. 첫 번째는 알코올 발효 중 효소에 의한 가수분해(enzymatic hydrolysis)를 통해, 두 번째는 병 숙성 과정에서 와인의 산(acid)에 의해 서서히 분해되면서입니다. 이 때문에 베타-이오논의 향은 어린 와인보다 잘 숙성된 와인에서 더 뚜렷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베타-이오논은 다양한 품종의 향기 복합미에 기여합니다. 레드 와인에서는 특히 피노 누아(Pinot Noir)와 가메(Gamay) 품종의 우아한 향기 프로필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화이트 와인 중에서는 뮈스카(Muscat) 와인의 특징적인 아로마 구성 요소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요 연관 아로마:
꽃(Floral): 제비꽃(Violet), 오리스(Orris, 붓꽃 뿌리)
과일(Fruity): 라즈베리(Raspberry), 블랙커런트(Blackcurrant), 살구(Apricot)
기타(Other): 나무(Woo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