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TDN

숙성된 리슬링의 상징, 석유 향의 모든 것

by 체우

잘 숙성된 리슬링(Riesling) 와인의 잔에 코를 가져가면, 때로는 코를 찌르는 듯한 독특한 '석유(petrol)' 또는 '등유(kerosene)' 향을 마주하게 됩니다. 누군가는 이 향을 고급스럽고 복합적인 숙성의 징표라며 반기는 반면, 다른 누군가는 불쾌한 결점이라며 고개를 젓습니다. 와인 세계의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 중 하나인 이 향의 정체가 바로 TDN(1,1,6-trimethyl-1,2-dihydronaphthalene) 입니다.


TDN(C₁₃H₁₄)은 C13 노르이소프레노이드(norisoprenoid) 계열의 화합물로, 감지 역치(Odor Threshold)2~4 µg/L로 매우 낮아 극소량만으로도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낮은 농도에서는 와인의 복합미를 더하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지만, 농도가 과도하게 높아지면(오래된 와인에서는 50 µg/L를 초과하기도 함) 다른 향을 압도하는 결점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TDN의 이야기는 포도밭에서부터 시작되지만, 그 향이 완성되는 곳은 와인 병 속입니다. 포도알 속 카로티노이드(carotenoid)가 분해되며 생성된 여러 전구체(precursor)들이 향이 없는 배당체(glycoside) 형태로 존재하는데, 이 잠재력은 포도밭의 환경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따뜻한 기후강한 햇볕 노출은 전구체의 농도를 2배에서 4배까지 증가시킵니다. 포도나무에 그늘을 만들어주거나 수분 스트레스를 줄이는 재배 방식은 TDN의 잠재력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포도에 잠재되어 있던 전구체들은 병입 후 수년에 걸친 숙성 과정에서 와인의 낮은 pH(높은 산도)에 의해 서서히 가수분해되어 비로소 향을 내는 TDN으로 전환됩니다. 이 과정은 높은 온도에서 보관할수록 더욱 가속화됩니다. 효모나 이산화황(SO2) 등 일반적인 양조 과정의 영향은 미미하여, TDN은 온전히 포도밭의 환경과 숙성 조건이 빚어내는 3차향(tertiary aroma)이라 할 수 있습니다.


TDN은 리슬링(Riesling)의 시그니처 숙성향으로 가장 유명하지만, 다른 품종에서도 발견됩니다. 그리스의 아시르티코(Assyrtiko), 이탈리아의 팔랑기나(Falanghina), 티모라쏘(Timorasso), 베르멘티노(Vermentino) 등 주로 지중해 품종들이 숙성되면서 TDN 특성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또한, 숙성된 브랜디(brandy)에서도 유사한 경로로 생성되어 때로는 이취(off-odor)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주요 연관 아로마:

화학(Chemical): 석유(Petrol), 등유(Kerosene)

기타(Other): 새 테니스 공(New Tennis Ball), 고무 튜브(Rubber 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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