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감자와 흙, 인삼 향을 내는 또 다른 메톡시피라진
최고의 커피를 가리는 '컵 오브 엑설런스(Cup of Excellence)' 대회에서, 아프리카 르완다와 부룬디의 많은 농부들이 눈물을 흘리며 기권해야 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커피에서 나는 '생감자' 냄새 때문이었습니다. 이 강력하고 불쾌한 향으로 커피의 모든 풍미를 망쳐버린 범인이 바로 IPMP(3-Isopropyl-2-methoxypyrazine)입니다. 피망 향을 내는 IBMP의 사촌 격인 IPMP는, 와인 세계에서도 종종 반갑지 않은 손님으로 등장하여 독특한 흔적을 남깁니다.
IPMP(C₈H₁₂N₂O)는 메톡시피라진(Methoxypyrazine) 계열의 화합물로, 그 향은 IBMP의 선명한 피망 향과는 구별되는, 훨씬 흙에 가까운 뉘앙스를 가집니다. 주로 생감자(Raw Potato), 흙 내음(Earthy), 완두콩(Peas), 아스파라거스(Asparagus), 그리고 한국인에게는 종종 인삼(Ginseng) 향으로 인지됩니다. 이 향의 감지 역치(Odor Threshold)는 와인에서 0.3~2 ng/L 수준으로, IBMP보다도 더 낮은 경우가 많아 극소량으로도 인지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고영향 화합물(High-Impact Compound)'입니다.
IPMP의 생성 경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포도 품종 자체에 자연적으로(endogenously) 매우 낮은 농도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와인에서 감지 가능한 수준의 IPMP는 대부분 두 번째 경로, 즉 외부 오염(exogenous contamination)에 의해 발생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아시아 무당벌레(Asian Lady Beetle)입니다. 수확 시 포도송이에 섞여 들어간 무당벌레의 체액에서 나온 IPMP가 와인 전체를 오염시킬 수 있습니다.
IBMP가 특정 보르도 품종들의 개성으로 여겨지는 것과 달리, 와인에서 뚜렷하게 감지되는 IPMP의 향은 대부분 과일 향을 가리고 거친 흙냄새나 풋내를 남기는 결함(fault)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IBMP와 마찬가지로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이어서, 일단 와인에 존재하게 되면 발효나 숙성 과정에서도 거의 사라지지 않고 그 흔적을 남깁니다.
주요 연관 아로마:
채소/그린 노트(Vegetal/Green Note): 아스파라거스(Asparagus), 완두콩(Peas)
흙/뿌리(Earthy/Root): 흙 내음(Earthy), 생감자(Raw Potato), 인삼(Ginse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