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이소아밀 아세테이트

와인 속 바나나우유 향의 정체

by 체우

우리가 마시는 바나나우유에 실제 바나나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그렇다면 그 달콤하고 친숙한 바나나 향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그 비밀은 바로 이소아밀 아세테이트(Isoamyl acetate)라는 작은 분자에 있습니다. 이 향기로운 분자는 와인 세계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정 품종의 고유 특성이라기보다는, 거의 모든 젊은 와인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며 신선하고 생기 넘치는 과일 캐릭터의 기초를 만드는, 발효 과정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 중 하나입니다.


이소아밀 아세테이트(C7H14O2)는 효모가 알코올 발효 중 아미노산(류신, Leucine)을 대사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대표적인 에스테르(Ester) 화합물입니다. 이 화합물의 가장 큰 특징은 매우 선명하고 달콤한 바나나 향입니다. 이 향은 단독으로 존재하기보다, 발효 중에 함께 생성되는 다른 과일 계열 에스테르와 어우러져 젊은 와인의 신선한 과일 풍미의 뼈대를 이룹니다. 이는 오크 숙성 과정에서 오는 바닐라나 정향 같은 복합적인 향과는 명확히 구분되는, 와인 양조 초기 단계에서 얻어지는 순수한 과일 캐릭터입니다. 감지 역치(Odor Threshold)는 약 30 µg/L 수준이며, 농도가 과도하게 높아지면(5 mg/L 이상) 인공적인 향처럼 느껴져 오히려 와인의 품질을 해치는 이취(off-flavor)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이소아밀 아세테이트의 생성량은 전적으로 양조 과정, 특히 발효 조건에 따라 결정됩니다. 일반적으로 낮은 온도(약 10°C)에서 발효를 진행할수록 효모는 더 많은 과일향 에스테르를 만들어냅니다. 또한, 어떤 종류의 효모 균주(yeast strain)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도 그 생성량이 크게 달라져, 와인메이커는 효모 선택을 통해 와인의 과일 캐릭터를 의도적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소아밀 아세테이트는 특정 품종에 국한되지 않고 거의 모든 젊은 와인, 특히 화이트 와인과 로제 와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는 와인을 넘어 다양한 발효주에서 과일 향의 기반을 만드는 핵심 성분으로, 특정 효모를 사용하는 맥주(특히 독일 헤페바이젠), 사케, 위스키 등에서도 쉽게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에게 친숙한 막걸리의 부드러운 바나나, 멜론 향이 바로 이 성분에서 비롯되며, 나아가 중국 농향형 백주(예: 고량주)의 복합적인 과일 풍미를 구성하는 데도 깊이 관여합니다. 하지만 이처럼 신선함을 대표하는 과일 향은 분자 구조가 단순한 에스테르 화합물의 특성상 휘발성이 강하고 오래 지속되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가수분해되어 향이 약해지며, 특히 30°C 이상의 높은 온도에 노출될 경우 분해 속도가 더욱 빨라져 고유의 매력을 잃기 쉽습니다.


주요 연관 아로마:

과일(Fruity): 바나나(Banana), 배(Pear)

기타(Other): 풍선껌(Bubble gum), 페어드롭(Pear drop), 캔디(Can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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