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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 Feb 12. 2020

물건을 버려야만 미니멀라이프가 아니야

나는 생후 2개월 아들이 있는 엄마다. 생후 2개월의 아기가 있으면  아기들의 생활 패턴인 두 세시간 자고 일어나서 우유 먹고 기저귀 갈기의 반복이다. 이런 생활로 인해 나는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해서 머리가 멍하다. 하,,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하나.. 지쳐서 그런 생각이 든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여유 시간이 생길 때, 아이가 잘 때 커피라도 한잔하든지 샤워를 하든지 책을 읽든지(책은 거의 못 읽는다)하려고 한다.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은거다.


쉬는 중에 한번은 열어보는 어플이 있다. 미니멀라이프의 시작과 함께 중고 물건 팔기, 기부하기, 버리기 등을 실천하면서 알게 된 "당근마켓" 이다. 당근 마켓은 이웃에 사는 사람들과 직거래를 통해서 나의 물건을 팔 수 있는 어플이다. 이 어플을 통해서 나에게는 필요없는 물건이 다른 사람에게는 필요한 물건이 될 수 있기에 미니멀라이프도 실천하고 소소한 용돈벌이도 되는 1석 2조의 고마운 어플이었다.


하지만 육아를 시작하면서 파는 것보다 사는 물건이 많아진 게 문제다. 아기띠, 바운서, 아기물티슈, 아기 기저귀, 아기 분유 등등... 정말 없는걸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당근 마켓엔 웬만한 물건은 다 있다. 그것도 싸게 살 수 있다. 그리고 혹한 것 중의 하나가 이 물건들이 내가 숨 돌릴 틈을 준다는 거다. 길지는 않지만 바운서에서 아기가 10분을 누워서 있는다든지, 모빌을 보면서 5분을 누워있고, 아기 체육관에 눕혀 놓으면 3분을 누워있고...  그 시간이 짧지만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것저것 사 들이다 보니 거실에 바운서, 모빌이며 아기 휴대용침대까지 사 들이게 되었다.


아... 미니멀라이프는 어디로 간것인가... 비움의 미학, 비워있는 공간이 주는 후련함은 까맣게 잊었던가..


하지만 아기에게 우유를 주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미니멀라이프가 꼭 무엇을 비우고 버리고 해야 하는것인가.. 물리적인 물건이 없어야지만 미니멀라이프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더 행복하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거실에 저 바운서가 나에게 그리고  아기에게 그 순간 만족을 준다면 그것도 미니멀라이프이지 않을까? 물건을 버리고 없애버리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았을 때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 내 삶의 질을 업그레이드 시켜줄 수 있는 것도 있는데 나는 무조건 비워내려고 한거 같았다.


육아를 하다보니 신박한 아이템들이 참 많았다. 이건 누가 만들어 냈기에 나에게 이런 기쁨을 주나 싶은 물건들... 누군가 우리집을 지금 방문한다면 분명 그들이 아는 미니멀라이프와 내 삶은 동떨어져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물건을 사면서 행복을 느끼고 내가 잠시나마 숨 쉴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면야... 이런 생각으로 당분간 신박한 육아템을 사면서 드는 죄책감은 개나 줘버리기로 했다.


육아는 쉽지 않다. 누가 그랬던가.. 애는 절로 큰다고.. 그 사람은 애 안 키워본거다..  물건을 늘리면서 미니멀라이프의 참된 의미와 목적을 잊지 않는다면 지금의 나의 삶도 미니멀라이프에 속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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