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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 Dec 27. 2019

일상을 견디는 힘

오늘도 무사고, 감사한 하루하루

출산으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 병원은 누구나 그렇겠지만 참 가기 싫은 장소 중의 하나다. 아픈 사람들과 함께 있다 보면 절로 마음이 가라앉으니깐..



나는 2인실을 썼다. 산부인과 병동에는 2인실이 차서 다른 층의 2인실을 썼다. 그 병동은 다양한 환자들이 있었다. 교통사고가 나서 검사를 하기 위해서 입원하신 아주머니랑 처음 병실을 같이 썼다. 2인실이고 아프면 예민해지기 때문에 서로 서로 조심하려고 노력했다. 아주머니는 크게 다쳐서 오신 분이 아니라서 환자같지 않았다.


나는 제왕절개를 했기 때문에 하루 전날 입원을 했는데 긴장되어 잠이 오지 않았다. 태어나서 병원에 입원할 일이 많지 않았다. 수술하는 날 아침에 소변줄을 꽂고 링겔을 맞았다. 소변줄을 꽂으니 너무 불편하고 부끄러웠다.


그리고 수술을 하고 병실에 오니 그때부터 고통이 시작되었다. 혼자서 몸을 누일수도 걸어다닐 수도 화장실을 갈 수 없었다. 남편의 도움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수술 부위의 아픔으로 다른걸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저 내 아픔만, 내 고통만 보였다.

 간호사들이 아프지만 많이 걸어다녀야 회복이 빠르다고 하였다. 그래서 걸어다닐려고 했지만 앞으로 한껏 기울어져 허리가 꼬부랑한 할머니가 되었다. 그런 내 모습이 싫었다. 그리고 남편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도 싫었다. 예쁜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는데...


수술 3일차에는 어느 정도 걸어다닐 수 있었다. 화장실을 맘대로 갈 수 있어서 뛸듯이 기뻤다. 하지만 배에 가스가 차서 먹은 걸 소화시킬 수 없었다. 속이 더부룩했다. 먹지 못한다는 것, 소화할 수 없다는 것도 정말 힘든 거였다. 인터넷 검색으로 요가의 고양이 자세가 가스 배출에 도움이 된다길래 했는데 다행히도 방귀가 뽕 나왔다.


그 이후로 어느 정도 걸어다니고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건강한 몸이 살면서 정말 중요하다는 걸 그때 많이 느꼈다. 그리고 내 몸을 잘 보살펴야겠구나 생각하였다.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어야지 보다 고차원적인 욕구를 실현할 수 있다는 걸 몸소 깨달았다.



그리고 아플 때 옆에서 간호를 해주던 남편이나 걱정을 해주던 가족들이 있어서 큰 힘이 되었지만 내 몸이 아프니 다른 사람을 챙길 마음의 여유가 사라졌다. 그리고 짜증이 났다. 나의 고통 오롯이 나만의 것이었다. 그들이 뭐라 한들 나의 고통을 온전히 공감할 수도 덜어갈 수도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건 어느 고통이든 그 무게가 다 똑같다는 것이다. 수술 부위가 아파서 제대로된 생활이 안되었던 나와 다른 부위가 아파서 입원한 건너편 환자를 비교했을 때 내가 너보다 더 아프다, 내가 덜 아프다는 건 말이 안되는 것 같다. 그저 건강하고  건강하지 않은 상태만이 있을 뿐인거 같다.


그리고 별 일 없이 평탄한 일상이 매우 감사하게 생각되었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는 이 기초적인고 기본적인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꿈만 같은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자기 자신만의 힘든 부분이 있다. 누구는 취업때문에, 연인때문에, 가족때문에 등으로 힘들 수 있다. 아무 고민없이 스트레스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런 고민들이 있음에도 때로는 당연하게 이루어지는 일상에 감사함을 가지는 것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당연하게 생각되었던 하루 하루를 감사하게 생각하며 지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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