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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 Feb 12. 2020

너를 먹으며 나는 눈물이 난다.

오늘 국은 뭘로 끓여줄까? 우리 엄마가  이틀에 한번 씩 하는 말이다. 출산 이후 조리원을 나온 첫날부터 지금까지 우리 엄마가 하루에 5시간 정도 우리집에 있다 가신다. 오셔서 청소며 빨래등의 집안일과 육아를 도와주신다. 정말 엄마가 가까운 곳에 살기에 다행이지 싶다. 그리고 엄마에게 감사하다.


하지만 엄마에 대한 감사함과는 별개로 요즘 다른 문제가 하나 생겼다. 내가 밥을 차려 먹을 때는 내 식단을 내 맘대로 할 수 있었지만 엄마가 밥을 준비하시면서 엄마가 건강하다고 생각되는 음식을 하신다. 그것은 바로 고기 들어간 반찬이며 국이다. 산모라서 단백질 꼭 필요하니깐 고기들어간 거 꼭 먹어야 한다가 엄마의 지론이다.


밥 차려주시는 것도 고마운데 내가 어찌 그 말들에 반기를 들랴... 그렇게 하여 나의 비건라이프는 막을 내렸다. 그래서 나는 매일 티안나게 눈물 흘리며 고기들을 먹고 있다.


태어날때부터 나도 고기를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우리엄마의 생각대로 자고로 사람은 고기를 먹어야지하는 생각에 일주일에 4~5번은 고기 반찬을 해서 먹었다. 하지만 이런 저런 비건과 관련된 책을 읽으며 '그게 종차별이구나'하는 걸 알았다.


아기들에게 어린 아이들의 동화책 속에서 돼지도 소도 오리와 닭도 우리의 친구다. 강아지만 고양이만 우리의 친구가 아니라... 이런 생각이 먹는거에 연결이 되면 내가 왜 소와 돼지 닭, 오리를 먹고 있는거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동물들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동물 권리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미친다.

 

우한발 신종코로나도 사람들이 야생동물을 먹으면서 생긴 문제라고 한다. 우리는 이런 동물을 먹어야만 하는가...


요즘 공장식축산으로 야기되는 많은 문제들로 인해서 채식은 세계의 주요 관심중의 하나고, 비건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나도 나 혼자 실천하기 보다 다른 누군가와 연대하여 실천하면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하루는 맘카페에 "여기 비건있나요?"라고 글을 남겼다. 어떤 반응이 왔을지 당신은 짐작할 수 있을까?


첫번째 댓글은 비건이 뭔가요 였다. 그리고 두번째 댓글은 자신은 어렸을때부터 고기를 안 먹었지만 영양 불균형이 걱정이 되어서 결혼하고 아이들을 위해서 고기 반찬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게 다였다. 사람들은 모르거나 관심이 없거나 비건은 영양상 좋지 않다는 생각이 일반적인 듯했다.


환경문제, 영양상의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나는 오늘도 미역국에 떠 있는 채 지워지지 않은 빨간 도장이 찍힌 자국이 있는 소고기를 본다. 그리고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한 숟갈 떠서 먹어본다. 그리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 소는 어떤 과정으로 이 식탁에 올라오게 된걸까...


우리가 고기를 먹든 안 먹든 그건 개인의 선택이다. 나만의 방법이 꼭 옳은건 아니다. 하지만 요즘 왜 나는 식탁에 오른 고기들을 보면서 슬픈 마음이 드는지 모르겠다.


나는 살아가며 비건인 사람들을 두 사람보았다. 그 중에 한명은 영국인이었는데 그 당시에 나는 비건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래서 왜 당신은 비건이 되었는지 물었다. 고기 안 들어간 반찬이 뭔지 물으며 까다롭게 반찬을 고르는 모습이 힘들게 보여서..


근데 그 친구가 말했다.

"I love animal. so I can not eat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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