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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 May 01. 2020

나도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엄마랑 싸웠다. 사소한 문제였다. 육아로도 벅찬 나에게 집안일까지 하는건 무리. 그래서 엄마는 매일 우리집에 와서 자잘한 집안일과 육아를 도와 주러 오셨다.

 

우리 엄마는 깔끔하게 살림을 잘 하신다. 엄마가 살림을 잘 한다는 걸 내가 결혼을 하고 나니 알 수 있었다. 엄마의 반의 반이라도 따라 가려면 한참 멀었다. 요리도 청소도 주부로서 점수를 매긴다면 50점이라도 되려나...



엄마가 현관에 신발이 너무 많이 나와 있으니 안 신는 신발은 정리해서 신발장에 넣으라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못한다는 것이었다. 정리를 해서 넣으라고 했는데 며칠을 그렇게 두는 걸 보니 아직 멀었다고 했다. 나는 그 말에 기분이 상했다. 왜 신발 3켤레 나와 있는것도 엄마의 말에 따라서 정리를 해야하는지, 그리고 그런것도 잔소리하는 엄마가 나의 살림에 대한 월권이라고 생각해서 버럭 화를 냈다. 엄마는 그런 말을 잔소리로 듣고 화 내는 딸에게 화가 나서 집에 가버리셨다.


아...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버럭해버린 내 모습이 후회되었다. 하지만 내가 사는 집에 엄마가 엄마 스타일대로 살림을 하려는 모습이 나는 싫었는데 그게 오늘 폭발하며 드러난거 같았다.


엄마에겐 난 아직도 철없는 딸이었다. 나이가 34살이 되어도 부족한 딸이었다. 왜 그렇게 엄마가 생각했는지 돌이켜보면 엄마에게 내가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어서 였던거 같다. 독립하지 못한 것이다. 결혼하고 애를 낳고 나서도... 그래서 엄마는 나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대하기 보단 아직까지 신경써야 할 딸이었던 것이다.


내가 의식주를 내 스스로 가꾸어 나갈 수 있을 때 나는 정말 어른이 될 것이다. 엄마에게 의지하고 엄마 반찬을 가져다 먹고 아이를 엄마에게 맡기고 엄마가 없다면 내 생활이 제대로 굴러 가지 않는다면 엄마에게 그런 잔소리를 들어도 그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화를 내고 나간 엄마에게 아직 연락하지 않았다.  엄마도 나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거 같아서다. 그리고 스스로 육아, 살림을 해보려고 한다. 어설프고 서툴러도 어른이 되고 싶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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