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니 숲
같은 자리에 항상 똑같이 서 있는 나무들을 보고 오는 날엔 기분이 좋다. 숲속에 들어가 작년인지 재작년인지 어제인지 오늘인지 언제 떨어졌을지 모를 폭신한 낙엽을 밟으며 사각사각 산책을 하면 마음이 한결 가볍다.
낙엽은 사실 숲속에서는 사계절 언제나 볼 수 있어서 돌아올 가을이 더 생각나기도 한다.
하늘이 좋다며 커버린 커다란 나무를 만날 때면 이곳에 얼마나 있었냐며 물어보고 누구나 그러듯 기다란 키를 발치 아래부터 위까지 올려다보았을 때 바람이 불어와 잎사귀를 사각거리며 흔드는 모습이 파도같고 재미있다. 바람에 머리를 빗어 넘기는 모습 같기도 하고 햇살이 잎사귀 위에 떨어져 자그마한 별빛들이 사각거리며 웃는 모습이 참 좋다. 항상 그 자리 그대로 아주 천천히 그리고 파릇하게 오래 보고 싶다. 오늘도 보고 싶은 가족이 꼭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