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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 Jan 28. 2021

소고기뭇국

글의궤도 3호

관객의취향에서는 매일매일 글쓰는 모임 '글의궤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의궤도 멤버들의 매일 쓴 글 중 한편을 골라 일주일에 한번씩 소개합니다. 아래의 글은 매일 쓴 글의 일부입니다.


나의 모든(정말 모든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나에 대한 빅데이터 전문가이며, 분석가이기도 한 그녀.

 얼토당토않게도 다 커서 이별이라고 이틀 밤낮을 울어 눈이 퉁퉁 불고 쓰라리게 된 딸을 달래며 같이 눈물짓고 그날 부엌엔 통무와 가장 좋은 양지고기를 몇 덩이나 넣어 소고기뭇국이 끓도록 되는.

 너희 아빠는 헤어지자고 해도 차 사고까지 나 가며 쫓아와 만나고 만나고 했는데 헤어지자한다고 진짜 가버리는게 남자냐. 그 시절 엄마의 뜨겁던 이야기도 곁들여 삼키도록 던져주고. 무랑 고기랑 푹 고아 뜨겁게 먹고 우리 딸 기운나서 눈물 그쳤으면 하는 그녀. 나만을 위한 이렇게 뜨겁고 힘 나는 사랑이 있는데 내가 고작 실연에 눈물지어야 하겠나 멈추지 않던 눈물도 꾹 멈추게 하는 전용 진정제.

 외로움을 유독 타서 우울하다 줄곧 푹 안긴지 어언 10년이 넘어가는데 그 때마다 작은 몸으로 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지 꽉 안아주며 우리 아기 사랑한다 해 주는. 마그네슘을 꼭 챙겨 먹어야 덜 내리락한 모습을 보며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주고 엄마가 귀 파줄까? 따뜻한 무릎에 귀 대고 누울 수 있게 당겨 눕히는.

 엄마도 태어날 때부터 엄마는 아니었을텐데.

 이런 사랑에도 버르장머리없는 딸은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 더 영향받으며 오르락 내리락한다. 꾸준히 곁에 있어주는 엄마 덕분에 그나마 이 정도만 내리락 거리겠지 문득 생각해본다. 철 들려면 멀었다 아직.  


[관객의취향_취향의모임_글의궤도_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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