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하게 사랑하기
여유로운 아침엔 차를 마신다. 지난주에 봤던 영화 <일일시호일>이 아직도 생각나서 다시 그 영화의 원작을 읽었다.
전에 원작을 읽을 때도 차에 관심이 많아 읽기 시작했던 것인데 다도 용어를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읽는 속도가 더뎠다. 보통은 영화화된 책들은 책이 더 좋다는 평가가 많은데 이 책의 경우는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니 훨씬 쉬웠다. 다도 도구를 눈에 읽히고 다도회의 분위기나 풍경을 눈으로 보고 읽으니 훨씬 잘 읽혔다.
특히 25년간 다도를 하며 오감이 열리는 순간이 영화적으로 표현될 때 감동이 영화가 훨씬 더 강하게 느껴졌다.
언제부터인지 향이 있는 매개체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아마도 그 시작은 커피였을 것이다. 커피를 좋아하게 될수록 향을 느끼며 먹게 되고, 그다음엔 다채로운 맛과 향이 나는 와인이 좋았고, 그렇게 향으로 마신다는 차까지 좋아하게 되었다. 유행에 민감한 나지만 생각해보면 유행이 아니어도 꾸준하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그것들을 이렇게 오래 좋아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렇지 않았으면 관객의취향이라는 공간을 취향의 공간으로 만들긴 어려웠을 것 같다.
코로나 때문인지 운빨이 다했는지 책방을 찾는 손님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돈을 버는 가게들은 사실 한 자리에서 오래 하는 가게는 아니라고 한다. 3~5년 사이에 새로운 곳으로 가야 다시 새로운 손님들을 모아 또 큰돈을 벌기가 쉽다는데, 관취도 그 유효기간이 다 한 것은 아닐까? 손님들이 벌써 질린 것은 아닐까? 벌써 1월인데도 그런 생각이 든다. 올해의 나는 또 무엇으로 이 흔들림의 중심을 잡아야 할지 고민이다.
다도에 관한 이 영화는 무려 25년간 다도를 배운 사람의 에세이를 영화화 한 작품이다. 25년간 매주 토요일을 다도를 배우는 사람이라니, 새삼 일본의 문화에 놀라면서도 나에게도 오랫동안 주기적으로 찾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사적인 영역으로 침범하지 않지만 내가 가야지만 이뤄지는, 그곳에만 가면 만날 수 있는 사람과 공간들이 부러워졌다.
여전히 일희일비하는 불안정한 사장이지만 그래도 꿈꾼다.
25년간 토요일에 와도 좋을 공간으로 남고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