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의궤도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글의 궤도 1호

by 유영

관객의취향에서는 매일매일 글쓰는 모임 '글의궤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의궤도 멤버들의 매일 쓴 글 중 한편을 골라 일주일에 한번씩 소개합니다. 아래의 글은 매일 쓴 글의 일부입니다.


오늘 택배가 왔다. 열어보니 매거진 두 권이 들어있었다. 지난 초여름 내가 글과 사진을 기고했던 로컬 매거진에서 감사의 의미로 책을 보내준 것이었다. 책을 펼치자마자 내가 실은 글과 사진부터 찾기 시작했다. 페이지 중반쯤 넘기니 익숙한 사진들이 보인다. 그제서야 내 글과 사진이 잡지에 실렸다는 게 실감이 되었다. 짧은 글이지만 모서리 한쪽에 '글 사진 남성현'이라는 문구가 참 마음에 들었다. 온전히 한 권의 책을 내는 사람들이 처음 제본된 책을 받을 때 기분을 상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매거진에선 부산에서 진정성있는 공간을 소개하는 글과 사진을 모집했는데 나는 고민 끝에 카페 '문제 없어요'와 '카페 퍼스널'을 선정했다. 두 공간은 나에게 지극히 사적인 열린 공간이다. 두 곳 모두 사장님의 취향이 듬뿍 들어간 공간이지만 희한하게도 그곳에 가면 내 방인양 나의 사고와 감정이 완전히 열리는 기분이 든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 나는 두 공간을 모두 사랑한다.


나는 작고 조용한 개인 카페를 좋아한다. 글을 쓰고 싶거나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단 그날 가장 먼저 떠오른 카페를 향한다. 버스로 40분 넘게 걸려도 일단 밖으로 나서고 본다. 가는 동안 바지가 젖어도 괜찮다. 일단 그곳에 도착해서 문을 열면 조그만 귀찮은 마음, 괜히 나왔다 싶은 마음 따위는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다.


원하는 메뉴가 나오고 자리에 앉아 글을 적거나 책을 읽거나 필사를 하며 시간을 보내면 내 안의 근심과 부정적인 감정에 미련이 없어진다. 참 신기하다. 이 공간을 구성하는 것 중 어느 하나 내 것이 없는데 왜 이리도 나를 위한 공간처럼 느끼는건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두 공간이 그리워진다. 하루 빨리 카페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이 오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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