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궤도 1호
관객의취향에서는 매일매일 글쓰는 모임 '글의궤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의궤도 멤버들의 매일 쓴 글 중 한편을 골라 일주일에 한번씩 소개합니다. 아래의 글은 매일 쓴 글의 일부입니다.
어릴적 겨울만 되면 내심 붕어빵 장수 아저씨를 기달리곤 했다. 날씨가 추워진다 생각이 들 때 어김없이 붕어빵 아저씨가 나타났다. 때론 제멋대로 문을 열어 헛탕을 치기도 했지만.
학원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포장마차가 보이면 천원짜리 지폐를 들고 봉다리에 붕어빵을 가득 담아왔다. 그 당시에는 천원에 붕어빵 5개를 살 수 있었다. 갓 나온 붕어빵을 가슴에 품고 집으로 뛰어 들어가는 그 길은 세상 모든 것을 가진 듯하였다. 집에 들어가면 엄마 아빠 오빠와 사이좋게 하나씩 나눠먹고 남은 한마리는 아빠랑 반을 나눠서 먹었다. 몸통을 반으로 짤라서 머리부분은 아빠를 드리고 나는 꼬리쪽을 먹었다. 천원으로 온 가족이 붕어빵을 먹는 시간은 온 가족을 하나로 모이게 만들었다.
음식 하나를 먹더라도 본인의 성격이 알 수 있다. 음식을 먹을 때 가장 맛있는 쪽을 먼저 먹는 사람이 있고, 맛있는 부분을 아껴뒀다 가장 마지막에 음미하는 사람이 있다. 나의 경우는 후자이다. 취향에 따라 갈리겠지만 붕어빵에서 핵심은 바삭한 꼬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붕어빵의 머리를 ‘왕’ 하고 베어먹는다. 입안에 들어온 팥을 퍼트려 뜨끈한 김을 호호 내뱉으며 목구멍 뒤로 넘긴다. 대망의 꼬리는 한쪽씩 나눠먹는다.
이때에도 머리, 몸통, 꼬리 세입만에 끝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조금씩 아껴먹는 사람이 있다. 내 생활 태도도 이와 다르지 않는 것 같다. 행복을 오래 지니고 싶은 마음이라던가 힘든 일을 먼저 해치우고 달콤함을 맛보고싶은 심리가 붕어빵을 먹는데에도 담겨있다.
이제는 천원으로 붕어빵 2개 혹은 3개밖에 사지 못한다. 물가상승률을 따르자면 당연한 이치겠지만 천원으로 풍족했던 그 마음을 더이상 느낄수 없을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더구나 내가 이사온 동네에서는 도통 포장마차나 붕어빵 장수를 볼수가 없다. 뜨끈한 어묵 국물과 함께 붕어빵을 여러 사람들과 서서 먹는 것 또한 추억이었는데. 세상은 흘러가고 추억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만 남아있다.
[관객의취향_취향의모임_글의궤도_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