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의궤도

새해가 뭐라고

글의 궤도 1호

by 유영

관객의취향에서는 매일매일 글쓰는 모임 '글의궤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의궤도 멤버들의 매일 쓴 글 중 한편을 골라 일주일에 한번씩 소개합니다. 아래의 글은 매일 쓴 글의 일부입니다.


새해가 뭐라고, 끝자리가 0에서 1로 바뀌는 것뿐인데, 그 첫날이 뭐 대수라고!


다들 기다렸다는 듯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짜고 작년의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후회도 하다가 한 줄, 한줄 꼼꼼하게 계획을 써내려 간다.


매해 돌아오는 1월 1일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그러는지! 라며 말하는 나조차도 기다렸다는 듯 이번에는 어떤 것에 도전 해 볼까? 하며 고민하고, 또 다짐하고, 글로 쓰지 않아도 저절로 떠오르는, 매해 같은 계획들을 머릿속에 나열한다.


나는 매번 새해에 세운 계획들을 이루지 못하고 자책하다가 또 다시 새해를 기다리며 살던 사람이었다.

다시 찾아온 1월 1일에도 요가소년의 새벽요가를 첫 날부터 따라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나의 새해가 실패한 새해도 아니고, 일출을 보지 못했다고 앞으로도 계속 뜨는 해를 다신 못 보는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모두 다짐한 첫날을 실행하지 못했다고, 실패했다고, 첫날부터 망쳤다고 생각하지도 말고, 의지박약이라고 스스로 나무라지 않았으면 한다.


막상 일출을 계획하고 떠난 여행에서도 흐린 하늘 때문에,또 늦잠 때문에 못 볼 수도 있다.

몇해 전 일출을 계획했지만 막상 보지 못한 그 날도 추운 바닷가에서 오랜 우정을 자랑하는 멋진 중년여성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늦잠을 잤던 날에는 좋은 컨디션으로 바다 옆에 멋진 숲을 산책하며 좋은 하루를 시작했다.

새해에 맞춰 떠난 여행이 아닌,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여행에서 오히려 멋진 일출을 보았고, 멋진 사진도 남겼다.


그러니까 새해가 뭐라고, 뭐 별거냐고 말하면서 그냥 해보고 싶은 것 하다가 맘에 들지 않으면 맘 편히 관뒀으면 좋겠다.


의지박약이 아니라 그냥 나랑 맞지 않았던 거라고,

난 요가소년의 새벽요가를 밤 늦게 하는 사람이라고...!


21년 1월 부터는, 외쳐! 새해가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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