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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의궤도

감사합니다.노펌입니다

글의궤도 2호

by 유영

관객의취향에서는 매일매일 글쓰는 모임 '글의궤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의궤도 멤버들의 매일 쓴 글 중 한편을 골라 일주일에 한번씩 소개합니다. 아래의 글은 매일 쓴 글의 일부입니다.


[노펌판타지] 감사합니다. 노펌입니다.


"감사합니다. 노펌입니다."


노펌에는 법원, 검찰청, 경찰서, 의뢰인, 상대방 변호사실에서 주로 전화가 온다.




"서울고등법원 민사 13부인데요, 2019나××× 사건에 송달료가 모자라서요."


"안녕하세요, 주식회사애플 잡스 과장입니다. 메일 보내드렸는데 회신이 아직 안와서요."


"대구경찰서 코난 수사관인데 담당 변호사님 자리에 계신가요?"




대부분의 발신인은 먼저 본인의 소속을 밝히고 용무를 말한다. 하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유형1. 능구렁이형


-수신인 : 감사합니다. 노펌입니다.


-발신인 : 안녕하세요, 다섯카드인데 메기옹님 자리에 계신가요?


-수신인 : 출근 전이십니다. 무슨 일때문에 그러시죠?


-발신인 : 신청하신 카드를 오늘 배송하려고 하는데 본인이 수령하셔야하거든요. 언제쯤 출근하시나요?


-수신인 : 오전 11시에 방문 부탁드립니다.




오전 10시 40분부터 사무실 앞에 카메라랑 기자가 대기하고 있었다. 속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기자는 후문으로 출근하는 메기옹과 엇갈렸다. 이 외에도 동창이다, 친척이다 하며 연결을 요청하는 후원단체도 있다. 이제는 목소리만 들어도 특유의 어투가 느껴진다.




유형2. 무명인형


-수신인 : 감사합니다. 노펌입니다.


-발신인 : 고길동님 계신가요?


다짜고짜 할 말을 시작한다.




-수신인 : 실례지만, 어디시죠?


-발신인 : 여기 상천입니다.


어디시냐고 물으니 진짜 어디에 계신지 지역명을 말씀해 주신다.




-수신인 : 존함은 어떻게 되세요?


-발신인 : 상천이라고 하시면 아십니다.


발신자 상천 무명인이라... 더 묻고 싶지만 수신인도 귀찮다.




-수신인 : 잠깐 자리 비우셨습니다. 이 번호로 회신 드리면 될까요?


-발신인 : 아니요, 제가 다시 전화할게요. (뚜뚜뚜뚜)


그렇게 수화기를 끊고 재빠르게 증발해 버린다.




유형3. 해리포터형


-수신인 : 감사합니다. 노펌입니다.


-발신인 : 안녕하세요 담당자님 해리포터 과장입니다. 보내주신 회신서 4페이지에 검토내용에서...


-수신인 : 말씀 중에 죄송하지만, 몬변호사님이 작성한 회신서라서 직접 통화하시는 게 빠르실 듯합니다. 지금 자리에 계신데 연결해 드릴까요?


-발신인 : 아, 아닙니다. 메모 좀 전달부탁드립니다. 회신서 4페이지에 검토내용에서 계산법이 44.53%를 포함한 건데 27.46%는 어쩌구저쩌구.




수신인을 속기가 가능한 비둘기로 착각하는 발신인도 있다. 그러나 수신인은 요약의 달인이되어 있다.


'[전화메모] 해리포터 과장님께서 통화를 원하셨습니다. ××××-×××× (금일 발송한 회신서 4페이지 관련)'




유형4. 대인배형


-수신인 : 감사합니다. 노펌입니다.


-발신인 : 언니, 안녕하세요. 사이다님 계실까요?


-수신인: 지금 통화 중이신데요, 메모 남겨드릴까요?


-발신인 : 네네, 아 어제 회의 때 뵀던 언니 맞죠? 아니 내가 말씀을 드리려고 했는데




거의 서른살 어린 수신인을 '언니'라고 부르는 오픈마인드 서열파괴 대인배형도 있다. "응 알겠어. 동생"이라고 대답하고 싶지만 아직 거기까진 레벨업이 되지 않았다.


[관객의취향_취향의모임_글의궤도_S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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