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분야에서는 더 많이 알수록 '능력자'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이것이 보기 좋게 빗나가는 영역이 있는데 바로 투자이다. 투자는 많이 안다고 해서 잘한다고 볼 수 없으며, 오히려 많이 아는 것이 투자의 성과를 떨어뜨리는 이상한 분야이다. 사람들은 흔히 많이 아는 사람을 본능적으로 '전문가'라고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투자는 많이 아는 것이 잘하는 것을 보장하지 않으므로 사기가 쉽게 발생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이 투자를 잘하는 것을 보장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투자에는 높은 확률과 직결되는 '중요한 변수'와 확률을 떨어뜨리는 '중요하지 않은 변수'가 있는데, 대부분 더 많이 안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 변수'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투자는 높은 확률을 갖는 양질의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중요한 변수'를 비롯해 '중요하지 않은 변수'와 관련된 정보까지 같이 신경 쓰게 된다면 '투자 결정'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이를테면, 개별 기업 투자에 있어서 본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변수는 기업의 영업이익인데, 경기 침체 우려와 관련된 각종 정보들을 신경 쓰게 된다면 투자자는 올바른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이상한 투자 결정을 내리기 쉬워진다.
'중요한 변수', '중요하지 않은 변수'와 관련된 정보를, 중요도에 따라 비중을 고려해서 투자 결정에 반영하면 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가장 중요한 변수'에 '중요하지 않은 변수'를 섞으면 투자 결정의 질이 떨어진다. 결정적으로, 인간의 뇌는 각각의 변수를 비중을 고려해서 의사결정에 반영하기보다는, 비슷한 비중으로 반영하게끔 설계 되어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중요한 변수'와 관련된 정보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변수와 관련된 정보까지 수집하여 투자 결정에 반영하게 되면, '투자 결정의 질'은 훼손된다.
투자에 있어서 전문가라는 것은 없다. 뭐가 전문적이라는 말인가? '많이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전문가 행세하는 것은 투자에 있어서 자만하는 것이며, 지혜롭지 못한 것이다. 투자는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변수를 깊이 이해하고 알아갈 때 성공의 궤도에 올라서게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지 않고 많이 아는 투자자는 필연적으로 언젠가는 '식자우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