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이제 이 말이 지겹다. 놀랍게도 금융권에는 "달러 패권이 무너질 것이다" 라며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이들은 미국 중심의 과도한 재정적자와 부채를 언급하며, 이러한 요소가 국제 결제에서 달러의 필요성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필자는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오늘날 달러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이유
달러 패권은 언제 무너지는가? 국제적으로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가 더 많이 사용될 때 무너진다. 이처럼 패권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그렇다면 '달러 패권 붕괴론자'들이 주장하는 미국 중심의 과도한 재정적자와 부채가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를 사용하게 만드는가? 그렇지 않다. '절대평가' 관점에서 미국 중심의 과도한 재정적자와 부채는 분명히 달러의 매력을 떨어뜨린다. 그러나 패권이라는 개념은 상대적인 것이기에 달러의 매력이 떨어지더라도 글로벌하게 달러는 계속해서 사용될 수밖에 없다. 달러의 매력이 아무리 떨어지더라도 국제 결제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위안화보다 달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물론 미국의 감시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여러 가지 거래들은 위안화와 같은 결제 시스템을 선호할 것이다. 그러나 거의 모든 글로벌 경제 주체들은 중국의 감시망보다는 미국의 감시망에 속하는 것을 필연적으로 선호한다.
두 번째 이유
달러 패권이 무너질 수 없는 두 번째 이유는 달러가 글로벌 결제 시스템의 '플랫폼'처럼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글로벌 경제 주체들은 '달러'로 거래한다. 달러로 거래하고자 하는 글로벌 경제 주체들이 많다는 것은, 새로 글로벌 시장에 들어온 경제 주체들 또한 '달러'로 거래하는 것을 선호하게 만든다. 우리가 카카오톡을 주된 메신저로 사용하는 이유는 카카오톡의 품질이 SNS 중에 최상급이라서가 아니다(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카카오톡을 사용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측면이 강하다. 이처럼 달러 또한 국제 결제에서 대부분의 경제 주체들이 사용한다는 '플랫폼'의 성격을 갖고 있기에 그 패권을 박탈당하기가 쉽지 않다.
세 번째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사람들은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책'으로 미국의 경상수지가 흑자가 되면 미국이 글로벌 경제에 달러를 공급하지 않는 것이기에 달러가 기축 통화의 지위를 상실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또한 현실에 대한 심각한 왜곡이다.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를 보던 흑자를 보던 간에 이미 달러는 글로벌 결제의 표준이 되었다. 미국의 경제와 상관없이 한국의 기업이 제3국의 다른 기업과 거래할 때 달러로 거래하는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미국의 경제가 어떻게 되기에 달러가 기축통화의 지위를 상실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기축통화의 지위'를 따지면서 '기축통화'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달러는 미국의 경제 상황과 상관없이 이미 강력한 '플랫폼'의 성격을 갖고 있기에 쉽게 그 패권을 내려놓기가 어렵다.
결정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달러가 재화나 서비스의 결제에만 쓰인다고 생각하는데, 달러는 증권 결제에 더 많이 쓰인다. 2022년 BIS의 조사에 따르면, 다른 통화에 대한 수요의 90%가 금융투자 목적이다. 그런데 글로벌 자산시장의 경계는 점점 허물어지고 있으며, 많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의 자산 시장으로 빨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오히려 다른 국가 통화의 달러 수요는 미국의 경상수지와 관계없이 장기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마무리
달러 패권은 무너지지 않는다. 적어도 당신이 살아있는 동안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오늘날의 달러 패권은 미국이 더 이상 강제하지 않더라도 자발적으로 견고하게 유지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오히려 앞으로 달러 패권은 세계화가 더욱 진전되며, 미국 증시로 투자자들이 계속해서 몰려듦에 따라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