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많은 사람들이 버핏 지수를 언급한다. 버핏 지수는 닷컴버블이 한참 붕괴되고 있던 2001년에 워런 버핏이 언급하면서 유명해졌다. 당시 버핏은 이 지표를 두고 시장 밸류에이션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지표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24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버핏 지수를 통해 미국 증시의 고평가 여부를 진단한다. 그리고 2025년의 버핏 지수는 이미 닷컴버블이 정점에 달했던 2000년 초반의 수준을 넘어섰다. 그러나 안심해도 된다. 오늘날의 버핏 지수는 미국 증시의 고평가 여부와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버핏 지수는 '미국 주식시장의 총 시가총액'을 '미국의 GDP'로 나눠서 산출한다. '미국의 GDP'는 미국의 경제 규모로, 미국에서 일정 기간 동안 생산된 경제적 부가가치의 총합을 의미한다. 따라서, 버핏 지수가 높다는 것은 미국 주식시장의 총 시가총액이 미국의 경제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버핏 지수의 정의만 살펴보면, 버핏 지수가 높다는 것이 미국 증시의 고평가를 의미할 수 있는 것처럼 본능적으로 느껴진다. 미국의 경제 규모에 비해 미국의 주식시장이 비싸다면 이것이 고평가가 아니라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나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오늘날 버핏 지수가 높다는 것은 미국 증시의 고평가 여부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 번째 이유는, 세계화가 가속화되면서 미국의 생산이 외주화 되었다는 것이다. 1980년부터 2010년까지는 세계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가속화된 역사적인 시기이다. 이 시기에 미국의 기업들은 미국의 공장을 점차 해외로 이전시켰다. 비싼 미국의 노동 인력을 사용하느니, 값싼 해외 노동 인력을 사용하는 것이 비용 절감에 훨씬 유리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미국의 제조업이 붕괴하기 시작했으며, 이 시기부터 시작된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오늘날 트럼프의 관세 전쟁으로까지 이어져온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생산이 외주화 되는 것은 미국 기업들의 영업이익을 개선하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지만, 미국의 GDP에는 악영향을 끼쳤다. GDP는 미국 내에서 일정 기간 동안 생산된 경제적 부가가치의 총합인데, 생산이 해외로 외주화 되면 더 이상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경제적 부가가치가 아니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1980년부터 2010년까지 세계화가 본격화되고 가속화되는 시기를 거치면서 미국의 상장 기업들은 미국 땅에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미국 GDP)뿐만이 아니라 글로벌한 국가에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되었고, 미국의 GDP는 점차 미국 증시의 고평가 여부를 진단하는 기준으로써의 가치를 상실했다.
두 번째 이유는, 세계화의 흐름을 거치면서 미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수익을 발생시키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미국 기업들의 매출은 글로벌하게 다원화되어 있으며, S&P500 지수에 속한 500개 기업들의 매출의 절반 정도가 미국 외 지역에서 발생한다. 이 비중은 세계화의 흐름이 본격화된 1980년대에는 10% 정도에 불과했다. 이처럼 오늘날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은 미국의 경제뿐만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서 수익을 발생시킨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경제 규모를 의미하는 미국의 GDP는 점차 미국 증시의 고평가 여부를 진단하는 기준으로써의 가치를 상실했다.
오늘날 버핏 지수는 미국 증시의 고평가 여부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버핏 지수는 미국의 경제 규모 대비 미국 주식시장이 얼마나 비싼지를 의미하는데, 오늘날의 미국 기업들은 생산을 미국 밖에서 하며, 미국뿐만이 아닌 글로벌한 지역에서 수익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자 여러분들은 버핏 지수를 언급하며 미국 증시의 고평가 여부를 진단하는 여의도 인간들의 말을 경계해야 한다.
미국 증시의 고평가 여부와 관련 있는 것은 버핏 지수가 아니라, 사람들의 심리 상태이다. 사람들의 심리가 비관적이면 비관적일수록 미국 증시는 저평가에 가까워지며, 낙관적이면 낙관적일수록 미국 증시는 고평가에 가까워진다. 2025년 상반기에 나타났던 미국 증시의 폭락장에서도 버핏 지수는 여전히 닷컴버블의 정점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사람들의 심리 상태는 역대급으로 비관적이었다. 만약 버핏 지수를 고평가를 진단하는 척도로 사용하는 투자자가 있었다면, 폭락장 이후에 V자로 반등하는 상승장을 필연적으로 놓쳤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