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수업에 뛰어든 교사의 기록
'나도 안 써 본 것을 평가하는 아이러니- 글쓰기 수업에 뛰어든 교사의 기록'
요즘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배운 내용을 얼마나 잘 기억하는가를 넘어, 이를 실생활과 연결짓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작성한 글을 평가한다. 그리고 교사는 학생들이 쓴 글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피드백을 한다. 처음, 중간, 끝의 3단 구성에 따라 내용을 조직하도록 하고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나 주제에 어울리지 않는 내용을 짚어 준다. 이러한 과정을 몇차례 반복하면서 내내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나도 안 써 본 것을 지도하고 평가해도 될까?'
교사도 글을 쓴다. 학생의 교내생활 전반을 담은 학교생활기록부, 교사 간 업무 메시지, 업무 관련 계획서, 학부모 대상 가정통신문 등 주로 교사의 주관적 생각이나 느낌이 배제된 개조식의 짧은 글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쓰고 있는 것은 배운 내용에 자기 생각을 녹인 글이다. 나도 안 하고 있는 것을 학생들이 하게끔 가르치는 게 살아 있는 수업이 될까. 직접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직접 쓰다 보니, 오랜만에 학생일 때 느꼈던 글쓰기의 어려움들을 겪었다.
"브런치의 작가들은 무엇에 관심이 있을까."부터 해서,
"시선을 확 낚아채는 첫 문장으로 뭐가 좋을까?"
"아, 이 상황에 딱 맞는 단어가 뭐지."
"이 내용이 글 전체와 어울리나? 어렵게 떠올린 거라 지우긴 아까운데..."
그동안 빨간 펜으로 여기저기 지적했던 학생들의 초고가, 지금의 나처럼 저마다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 어렵게 나온 글이구나 싶었다. 글 한 편 쓰기가 이렇게나 어려운데. 한 학기에 최소 10편 이상의 글을 써야 하는 학생들의 고충이 새삼 이해가 되고, 또 학생들의 글 한 문장, 한 단어도 정성껏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글을 쓰다 보니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도 생겼다.
"글 쓰는 것도 재밌어."
학생들이 글쓰기에 재미를 못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 본인이 원하지 않는 것을 써야 하기 때문인 듯하다. 교과 시간마다 작성하는 논술은 사실 쓰면 좋은 내용이긴 하지만 이미 주제가 정해진 것이라 본인이 원하는 내용의 글은 아니다.
더욱이 공들여 작성해봐야 읽는 독자는 선생님뿐이고 그마저도 평가자여서, 글을 통해 소통하는 즐거움까지 느낄 수 없으니 재미없을 수밖에.
내가 가진 이야기 중에 사람들이 흥미로워 할 만한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과정도, 글의 주제에 대한 나의 진짜 생각이 무엇인지 글을 쓰며 알게 되는 과정도 모두 즐길 만한 것들이었다.
표현이 막힐 때도 많았다. 하지만 글을 쓰지 않았다면 몰랐을 내 모습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뿌듯했다.
'의견을 전달하고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라. 주제를 명확히 전달하라.'
정작 어떻게 써야 그렇게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못하고, 공허한 안내만을 한 것을 반성한다.
글을 계속 해서 쓰자. 글을 쓰는 동안 겪게 될 온갖 어려움들을 다 만나 보자.
내가 어려움을 겪을수록 학생들에게 살아 있는 글쓰기 수업을 알려줄 수 있고, 점차 글쓰기에 단련될수록 나 또한 자신의 온전한 모습을 알아갈 수 있으니 충분한 가치가 있는 어려움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학생들과 함께 쓰고 지우며 성장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