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 자격증을 따고 좀 더 디테일한 실제 기술을
배우고 취업하고 싶어서 다시 디자인반에 등록했다.
3달 속성 과정으로 거의 한 달 동안은 남자 댄디 커트와 중장년 커트를 배웠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재미있고 한편으로는 계속 부족함을 느끼면서 나아가는 중이다.
월수금 오전 시간에는 학원에 손님들이 찾아와서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오후에는 미용 수업을 한다.
오전에 오는 손님들 대부분은 어머님 연세로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커트, 염색, 파마를 해드린다.
손님들은 내가 학원생으로 조금은 부족한 실력이라는 걸 감안하고 오신다. 어쩌다 실수가 있어도 많이 너그러운 편이시다. 그래서 더 죄송할 때가 있다.
그런데도 고생한다고 호두과자나 빵을 사주고 가실 때면 응원받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좀 더 잘해드려야겠다고 다짐을 한다.
나처럼 초보는 실전경험을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대한 머리를 예쁘게 해드리고 싶고 손님들이 만족하고 가시면 좋겠다.
그래서 원장님이 미용봉사 기회를 줄 때 실력도 안되면서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욕심일지 모르겠지만 기술도 연마하고 봉사도 할 수 있는 기회니까 용기를 냈다. 봉사 장소는 성가복지병원으로 토요일마다 간다.
내가 미용봉사할 대상은 대부분 소외된 노년층으로 머리 다듬는 수준이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가서 미용을 하다 보니 내 기술도 많이 부족하지만 오시는 분 대부분이 머리를 감고 오시기 어렵고 노숙하시는 분들도 계셔서 나도 모르게 잠시 멘탈이 나갔었다.
나는 늘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했지만 진짜 그 상황이 오니 몸은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정말 많은 깨달음이 들었다. 그곳에서 모든 것을 감수하시면서 몇 년 동안 봉사하시고 헌신하는 분들이 얼마나 존경스럽고 대단해 보이는지..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고 부끄러웠다.
정말 묵묵히 그곳에서 봉사하시는 분들의 눈은 선하고 등 뒤에 날개가 달려 있는 거 같아 보였다.
참 멋진 분들이고 정말 존경스러웠다.
나는 매주 빠지지 않고 봉사를 나가리라 생각했다.
나갈 때마다 어떤 사람과 상황이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 때도 있겠지만 잘 감수하면서 헤쳐나가겠다.
봉사 나간 지 몇 번 안 됐지만 이상하게 갈 때마다 보람차고 행복하다.
아직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뜨뜻해지는 이 마음 때문에 계속 나가고 싶다.
더 배우고 겸손해져야겠다. 내가 어떻게 쓰일지 기대되는 나날이다.
감사하다. 기쁘다.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