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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도 황희두 Jan 25. 2018

그때 그 시절, 우리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우리 인간은 모두 불완전한 존재다.

@하늘로 떠나신 아버지와 어린 시절의 나


아주 어린 시절, 필자는 하루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친구들과 늦은 시간까지 놀다가 혼난 경우에도, 학교 성적으로 인해 부모님께 심하게 꾸중 들었던 경우에도, 많지 않은 용돈을 받으면서도 눈치를 봐야만 했던 경우에도,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심지어는 심각한 표정으로 알코올을 들이키는 어른들을 바라보면서도 저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전혀 몰랐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게 얼마나 쉽지 않은 것인지를 말이지요.

어른이 되면 힘든 일이 하나도 없을 것 같았고, 설령 힘든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모든 일을 일사천리로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게 제가 생각하던 어른의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부모님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자주 했지요.


'부모님은 모르시는 게 없구나. 정말 대단하고 멋져..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나도 금방 저렇게 되겠지!'


아마 다들 이런 비슷한 생각을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말이에요. 정작 그렇게도 바라던 어른이 되고 나니 왜 이렇게 허무한 걸까요. 부럽기는 웬 걸요.

저를 보면서 답답하고 실망스러울 때가 하루 이틀이 아닙니다.


분명 나이가 들면 부모님처럼 단단하고 멋진 사람이 될 줄 알았는데, 저는 왜 나이라는 숫자만 늘어난 기분이 드는 걸까요. 28살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아직 내면의 나는 어린 시절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한 살, 두 살 껍데기와도 같은 숫자만 늘어가다 보니 어린 시절이 그리워질 때가 간혹 있습니다.


어린 시절 그토록 바라던 어른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그토록 마셔보고 싶던 술도 원 없이 마셔봤고, 친구들과 새벽까지 아니 이른 아침까지 놀다가 들어가 보기도 하고, 정기적으로 보여드려야 하는 성적표도 없어졌는데.. 그런데 왜 지금 저는 마냥 행복하지가 않은 걸까요.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서 술을 못 마셔도 좋고, 집에 일찍 들어가도 좋고, 성적 때문에 혼이나도 좋습니다.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서 부모님께 응석 부리다가 된통 혼이 나더라도 그때가 더 좋았던 거 같습니다.


@필자와 하늘로 떠난 아버지, 어머니


글을 쓰다 보니 문득 궁금해집니다.


부모님께서는 저를 낳으시고 이렇게 흔들렸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을까요?

아니요. 절대 아닐 겁니다. 오히려 하루하루가 무척 힘들고 고통스러우셨을 겁니다. 하지만 어린 저를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내색하지 않으신 것이라는 사실을 저는 아주 잘 압니다.


이런 걸 느끼기 시작하면서부터 소위 말해 철이 든다고 표현하는 거 같습니다. 그런데 있잖아요. 아직 저는 나이가 들었는지, 철이 들었는지도 전혀 모르겠어요. 7살 어린 시절에 그대로 머물러있는 거 같습니다. 호랑이 같이 무서워서 그토록 피해 다니던 아버지가 오늘따라 유독 애타게 보고 싶네요.


"아버지 잘 지내시죠. 어느덧 2달이 훌쩍 지났네요. 거긴 춥지 않으시고요? 분명 그땐 그렇게 되고 싶었던 어른이 되었는데 왜 이렇게 씁쓸하고 허무한 걸까요. 이렇게 투정을 부려봤자 현실 세계의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압니다. 그렇기에 저는 금방 훌훌 털어내고 일어날 겁니다. 이렇게 세월이 10년, 20년 흐르다 보면 저에게도 자식이 생길 거고, 어린 시절 저와 똑같은 생각을 하면서 마찬가지로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겠지요? 훗날, 제 자식에게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어야겠습니다.


아버지, 제가 이렇게 단단해져야겠다고 마음을 먹고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무척이나 단단해 보이는 어르신들도 결국 어린아이와 같은 '인간'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들에게도 깊은 내면에는 두려움과 쓸쓸함, 허무함, 회의감 등이 공존하고 있겠다는 추측이라고 해야할까요. 결국, 이렇게 내면이 흔들리고, 철이 든지도 느껴지지 않으며 그로인해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제가 지극히 '정상'이라는 이야기도 되겠네요. 


이제야 이런걸 느껴 무척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동안 무척 쓸쓸하고 힘들었을 아버지, 이제 그만 마음 편히 놓고 하늘에서 푹 쉬고 계시길 바랄게요. 사랑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조만간 다시 만나요."


여러분은 어린 시절 꿈꾸던 모습대로 살아가고 계신가요? 혹여나 나이만 먹는 본인이 실망스럽거나 허무하진 않으신가요?


이것만 기억하세요. 우리 인간은 모두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을요. 어린 시절 꿈꾸던 완벽한 인간이 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생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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