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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도 황희두 Sep 11. 2018

나는 왜 철학을 하는가? - 1편

철학은 읽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유하는 것, 그 자체다

* 먼저 이 글에 앞서 칸트의 순수 이성이 어쩌고, 데카르트의 코기토가 어쩌고 같은 방식의 철학 이론을 깊이 설명하고 논할 생각은 없다는 사실을 미리 밝혀둔다. 혹여나 '본인의 지식을 뽐내기 위한 목적'으로 불필요한 논쟁을 하고 싶다면 네이버 지식 IN으로 가길 바란다. 서로의 고귀한 시간을 위해서라도.


마치 모든 인간이 나이가 들어가듯이 나 또한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철학을 삶의 정수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에 대한 스스로의 변화과정을 기록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이니 누군가가 이 글에 영향을 받아도, 혹은 아무도 받지 않아도 전혀 상관없다는 점을 먼저 밝힌다.


정말 재미있는 사실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책을 '죽은 폐기물' 따위로 취급하였기에, 독서하는 사람들 또한 전부 무덤 속에 있는 무의미한 텍스트를 발굴하려는 사람으로 취급했다. 그랬던 내가 어느 순간 독서 속에서 삶의 행복을 느끼게 되었다니 이 얼마나 아리송일인가. 그러다 보니 나는 이보다 훨씬 더 무의미하고 난해하게 여겼던 철학은 당연히 멀리해왔다. 철학은 고지식한 자들의 배부른 공상에 불과하다고 여기며, 이는 우리 일상에 아무런 감흥조차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진리로 받아들여왔다. 그랬던 내가 어느 순간 철학에 빠져, 그들의 삶을 탐닉하는 수준에 다다랐다니 이것은 독서를 시작했던 당시보다 훨씬 더 미스테리한 모습이다. 


굳이 필요 없을지 모르는 서두를 이렇게 구체적으로 밝힌 이유는, 수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나처럼 철학을 '넘을 수 없는 높은 성벽' 혹은 '백일몽' 취급하며 멀리하려는 심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생각 또한 각자의 철학이기에 그들을 설득목적과 의지조차 없다.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철학이 무거움을 지닌 이유 중 하나는 일부 오만한 자들이 박사가 되고 의기양양한 채로 TV나 강단 앞에서 "이게 철학이다"라는 말을 서슴지 않게 내뱉음으로써, 이에 비례해 일반인들에게는 심한 거부감을 선사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봐도 이 세상의 진리를 깨달은 사람은 수 천년 간의 역사에서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소크라테스 시대부터 시작된 오랜 사유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현재 철학을 일종의 마패라 여기며 신성시하려는 이들이 얼마나 무지하고 오만한지를 금세 깨달을 수 있다. 진정한 지성인들은 절대 본인이 무조건 옳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ㅡ물론 모든 박사들의 연구가 무의미하다는 뜻이 아니란 사실은 다들 잘 아실 거라 생각한다ㅡ


일례로 칸트의 <순수 이성 비판> 같은 작품을 보면 사상과 표현이 무척 난해하기에, 오랜 친구조차 그의 책을 읽다가 집어던졌다는 일화는 꽤나 유명하다. 심지어 유시민 작가조차 칸트의 책이 너무나 난해하여 다 읽지 못했다고 고백할 정도다. ㅡ그는 애써 읽을 필요도 없다고 했다ㅡ 이렇듯 칸트는 무척 난해하기로 유명하지만 수 천년 간 이어져온 합리론자와 경험론자의 싸움을 관념론으로 종합해내며 논쟁을 종결시킨 덕분에 근대철학의 거성이라 불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반 사람들은 '철학은 난해하다', '이런 게 진정한 철학이다'라는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물론 우리는 현실(취업, 연애, 결혼 문제 등)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에 모든 철학자를 연구할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다. 아니, 굳이 이해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만약 '지금, 현재, 나'만의 고민이라 여기는 무언가가 알고 보니, 어떤 철학자들이 수도 없이 해온 고민이라면? 자연스레 그들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갔는지, 그게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가 궁금해질 것이다.


이런 결과물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사유'하다 보면 이해가 가면서도 안 가는 행동이 있을 것이다. 그 과정 자체가 철학이다. ㅡ그렇기에 제목도 '나는 왜 철학을 공부하는가?'가 아닌 '나는 왜 철학을 하는가?'다.ㅡ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까마득한 어둠 속에서 어렴풋한 빛이 나에게 서서히 다가오는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모든 인간은 각자의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인생을 살아간다. 개개인이 자신의 경험을 남에게 전하고 싶은 이유도, 본인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 선대의 깊은 성찰을 마냥 무의미하게 여긴다면, 타인의 조언과 심지어 의사의 상담이 개인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를 우리는 다시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때 그들의 조언과 위로는 아무런 의미 없는 단어 나열에 불과할 것이다.


철학은 이처럼 우리 일상과 밀접하면서도, 아주 동떨어진 채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밀접한 것은 일상 그 자체요 동떨어진 것은 굳이 철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의 정신이라 표현하고 싶다. 그러니 누군가는 철학이 모든 학문의 뿌리라는 말에 공감할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이에 정확히 반대할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사회 통념적인 철학의 무거움과 거부감을 해체시키고, 우리 일상에 철학이 왜 중요한가를 미약하게나마 알리려고 한다. 비록 아주 얕은 지식과 부족한 경험을 토대로 써가는 글이겠지만, 이러한 행위 또한 스스로 철학하는 과정의 일부이기에 이미 그 자체로 만족하고 있다는 점도 밝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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