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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도 황희두 Jul 03. 2021

"조국을 손절해야 니가 클 수 있다" 라던 사람들


"조국을 손절해야 니가 클 수 있다"


당 활동 시작 후 주위에서 아마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일 겁니다. 애초에 정치인으로 크고 싶단 생각도 없었고, 오직 '정치적 목표'를 위해 개혁에 앞장선 사람을 손절하라는 얘길 쉽게 하는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 했습니다.

원래 정치판이 이런 곳인가? 내가 너무 나이브했던 건가? 끝없는 고민과 갈등의 충돌이었습니다.

그간 중요한 선거를 앞둔 상황인데다 지친 지지자들이 많다는 걸 알기에 공개적인 발언을 최대한 아껴왔습니다. 수시로 차오르는 분노와 답답함은 일기장에 끄적이거나 최대한 순화해 표현하고 혼자 술 마시며 참아왔습니다.


하지만 요즘 보면 침묵만이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글을 남깁니다.

우선 "조국을 손절해라"라고 주장하던 분들 중 '정경심 교수 재판 과정에 드러난 검찰의 만행' 사실 관계를 아는 분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유튜버들이 발 벗고 나서 취재, 요약 설명하고 열심히 지지자들의 전파해도 애초에 관심조차 없어 보였습니다.


그나마 알고 있다 해도 드문드문 알면서 "지지자들의 분노는 안다. 하지만 지금 비호감도가 높은 건 사실이고 일단 선거는 이겨야 되지 않겠냐", "그러길래 애초에 왜 명분을 줬냐" 대략 이런 주장을 펼치더군요.


솔직히 말하면 사건이 복잡한데다 당장의 비호감도도 높으니 옹호해봤자 같이 욕먹을 거 같고, 본인의 나태함과 무책임함도 인정하기 싫으니 그런 거 아닙니까? 그렇다해도 그걸 합리화하기 위해 지지자들을 싸잡아 '강성 지지자'로 프레임 씌우는 건 한참 선 넘은 겁니다.


조국에 들이댔던 잣대를 그대로 본인에게 들이대면 살아남을 자신이 있습니까? 

그게 아니라면 '본인은 그렇게 난도질당할 일이 없다는 확신'이 있는 거겠지요.

개혁을 내부에서부터 막은 덕에 일부 언론의 관심과 상대측의 인정까지 받으니 그보다 더한 보험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래놓고 필요할 때만 와서 지지자들한테 도움을 요청하는 걸 보면서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 싶었습니다.

선거의 승리? 저도 프로게이머 출신이기에 '승리'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압니다. 왜 모르겠습니까. 총선기획단, 선대위원장 시절 비공개 회의 때도 이와 관련한 주장을 계속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도저히 '선거 승리'라는 명분으로 개혁의 최전선에 나섰다가 난도질당한 동료를 버리라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설령 그렇게 선거를 이긴다 한들 장기적으로는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요?

앞으로 누가 개혁에 앞장 서려고 할지 모르겠네요.


막상 본인을 향한 사실 왜곡, 억울함, 희생 등을 순순히 감내하는 사람도 못 봤습니다. 나는 소중하고, 남은 그냥 남이라는 건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걸핏하면 노무현 정신 언급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정치는 총칼 없는 전쟁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일부 언론과 상대측이 인정해 준다고 본인이 마치 대단한 전략가, 합리적 정치인이라도 되는듯한 착각에서 벗어나시길 바랍니다.


누구는 입이 없거나, 욕먹는 게 좋다거나, 쉽게 가는 방법을 몰라서 이러는 거 아닙니다.

최소한 그간 민주 시민들이 피, 땀 흘리며 지켜온 숭고한 가치와 역사를 다음 세대 청년으로서 온전히 이어가기 위해 싸잡혀 조롱당하거나 고소, 고발에 재판까지 가더라도 흔쾌히 감내한 겁니다.


동료들 힘들 때 뒤에 조용히 숨어있거나 내부 총질하던 사람들 '합리적인 정치인' 만들어주려고 도운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물론 몇몇 분들은 당을 위해 쓴소리하며 안팎으로 고생하는 게 진심으로 느껴지는 분들도 계십니다. 누군지는 차차 상황을 보며 말씀드리겠습니다.


여전히 저는 민주당을 향한 애정과 믿음 가지고 있기에 이러한 글을 남깁니다.

이 글을 읽고 뜨끔한 분들이 계신다면 지금이라도 깊이 고민해 보시길 바라는 심정으로 구체적인 상황이나 실명은 거론 안 합니다.


'안부 연락'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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