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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도 황희두 Jul 17. 2021

유시민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

노무현의 언론 개혁과 민주당

내년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초의 레임덕 없는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이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도 많이 강조합니다.

이는 매우 좋은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그분들이 남겨온 발자취, 철학과 가치관 등에 크게 공감하고

못 다 이룬 꿈을 다음 세대가 이어가길 바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 현재 민주당을 지지하는 대다수 시민들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단순히 '김대중-노무현'과의 친분을 과시한다고, 혹은 함께 일을 했다고 '그 정신'을 온전히 이어갈 거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말 그대로 그분들의 가치와 철학을 이어가는 것과 인맥 경쟁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모든 인간은 살다보면 '어제의 나'와도 다른 생각을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렇기에 죽기 전까지 끝없는 공부와 자기 객관화를 통한 성찰을 해야 합니다.


최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나오지만,

정작 어떤 가치를 정확히 어떻게 이어가겠다는 모습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어 아쉬운 마음에 글을 남깁니다.

특히 민주당 미디어혁신특위 활동을 하며 느낀 수많은 현실과 관련하여 '언론 개혁'에 대한 이야기도 결코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개혁 속도가 느리다는 비판, 내용이 허술하다는 비판,

반대로 과도한 언론 규제라는 비판, 심지어 전두환식 통제라는 비난까지 나옵니다.


저는 현역 정치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언론 개혁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에 공감하고,

게다가 20년 전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걸어온 언론 개혁의 역사를 잘 알고 있기에 더더욱 심각하고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일부가 주장하는 노무현 정부 언론 개혁의 전략 전술에 대한 아쉬움은 둘째치더라도,

당당하게 언론 기득권 카르텔에 맞섰던 과거 노무현의 도전 정신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나 싶습니다.



최근 유시민 이사장의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를 읽었습니다.

그 책에 담긴 내용을 읽다 보면 역사가 얼마나 '그대로' 반복되는 중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바쁘신 분들을 위해 이 책을 읽은 저의 소감을 간략하게만 요약해봤습니다.


"노무현은 조선일보와 무식한 감정적 싸움을 벌인 것이 아니며, 개인의 정치적 목적을 넘어 한국 사회의 근본적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설령 본인이 무자비한 공격을 당해 무너질지라도 부당한 권력에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누구도 정치를 바로 하지 못할 것이란 걱정과 이로인한 사명감에 두려움을 무릅쓰고 앞장선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당시에도 언론 탄압을 한다던 프레임이 존재했고 그러한 여론의 눈치를 보며 화해와 자중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내부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2021년 7월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이라 할지라도 전혀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분명히 '노무현 정신'은 온 사방팔방에서 언급되는듯한데,

도대체 왜 "부당한 권력에 당당하게 맞서겠다"라는 정치인의 각오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 건지 도무지 납득이 안 갑니다.


늘 말씀드리지만 협치, 타협이 '무조건' 틀렸다는 게 아닙니다.

21세기 민주주의 사회에서 서로 설득하고 타협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다만 미래로 나아가기에 앞서 잘못된 관행이나 부당한 문제가 있다면 바로잡고 가자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누구든 개혁에 앞장선 사람은 표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의지와 영향력이 크면 클수록 어떻게든 더 잔인하게 짓밟아버리려고 하겠지요.

당장 최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대표적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개혁에 앞장선 이들이 다시는 못 나서는 환경을 조성하고,

"누구든 나서기만 해봐라 너도 똑같이 만들어주겠다"라는 경고를 통해

그걸 지켜본 주위 사람들은 쉽게 나서지도, 심지어 옹호조차 못하게 하며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만드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21세기 멸문지화를 당한 조국 전 장관이 검찰 개혁을 넘어 '언론 개혁'까지 앞장서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삽화 논란을 비롯하여 수십 건의 '따박따박' 법적 대응을 실천하며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현재의 그는 현역 정치인도, 고위직 관료도 아닌 평범한 한 시민에 불과합니다.



이를 시민들은 그저 박수치고 넘어갈지라도 최소한 현역 정치인이라면 가슴 깊이 느끼는 바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개혁에 앞장 서면 '낙인'찍기를 당한다거나 누군가가 미워할까 봐 두려우신가요.

외연 확장해야하는데 '강성 지지자'에 매몰되었단 이야기가 듣기 싫으신가요.


정치인 뿐만 아니라 직업 불문하고 '균형감 있는 합리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서인지

'기계적 중립'을 통해 모든 이들의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애초에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는 건 불가능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는 다르게 표현하자면 '본인의 명확한 소신을 밝히지 않고,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꿀 수 있다'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물며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부먹이냐 찍먹이냐"로도 의견이 팽팽히 갈리는 마당에

개인의 이익과 욕망이 달린 정치적 사안에 대해 어떻게 모든 이들의 공감과 인정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과거 <오마이뉴스> 오연호 기자와의 인터뷰 중 이런 발언을 했습니다.


"언론과의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는 말은 했다. 그 말은 권력이 언론과 전쟁을 하라는 뜻이 아니고 개인 시민이나 정치인이 너무 언론에 굽실거리지 말고, 눈치보지 말고, 싸울 때는 싸워야한다는 말이었다. (…) 언론의 횡포로부터 자유를 찾기 위한 투쟁을 해야한다는 뜻으로 이야기한 것이다" - 72p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


이러한 소신에 조선일보를 비롯한 대다수 언론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잘 아실 겁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주변 사람들한테 맨날 듣는 말이 '언론하고 잘 지내라' '언론을 포섭하라'라는 말이었다. 얼마나 정치인들이 모멸감을 느끼는지 아는가? 다 눈치보고 산다. (…) 이 일로 해서 내가 언론으로부터 어떤 박해를 더 받을지 모르지만, 그동안 할 말이 있으면서도 참고 있었던 것이 항상 부끄러웠다. 나도 큰일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라서 걱정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부당한 언론의 횡포에는 당당하게 맞서겠다. 너무 걱정 안 했으면 좋겠다. 시민들이 언론의 부당한 공격으로부터 나를 굳게 지켜주리라 믿는다." - 82p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


언론 개혁에 대해서만 보더라도 20년 전과 같은 일이 오늘날 그대로 반복되고 있는듯 합니다.

뒤에 숨은 채 노무현의 발목을 잡던 정치인처럼 역사에 남을 것인지,

아니면 같은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고 이를 매듭짓는 정치인으로 남을 것인지는 각자의 판단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정치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건 당연한 것이고 그 자체로 존중합니다.


다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하고 그가 못다 이룬 꿈이 이뤄지길 바라는 한 청년의 입장에서,

그의 강인한 도전 정신과 당당한 행보 등은 쏙 빼놓은 채 적어도 '선택적 노무현 정신'을 외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남깁니다.


책에도 담긴 '기계적 중립'에 대한 김어준 총수의 생각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우리는 대단히 편파적이다. 그러나 편파적이 되는 과정은 대단히 공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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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책을 읽어보실 분들을 위해 링크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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