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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도 황희두 Aug 30. 2021

조선일보와 당당히 맞섰던 '정치인 노무현'

최근 가짜뉴스 피해구제법과 관련하여 민주당 내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법안이 과하다는 의견, 성급하다는 의견, 아쉽지만 한 걸음이라도 떼야 한다는 의견 등..

이와 관련하여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이야기를 도저히 안 할 수 없네요.



다들 아시다시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조선일보와 당당히 맞섰던 정치인입니다.

그것도 약 30년 전,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운 환경 속에서 말이지요.


시간이 흐르며 언론에 의한 피해 사례가 무수히 많이 쌓인 데다, 환경은 그때보다 훨씬 더 좋아졌는데도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강단 있게 나서는 정치인들은 극히 일부밖에 안 보입니다.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에 담긴 내용을 보면 그의 엄청난 용기와 단호한 의지를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지도부는 '그러면 당이 상처 입는데 어쩌면 좋겠나' 그러는데 그에 대한 내 답은 '당에 부담이 된다면 부담이 안 되는 쪽으로 내 신변을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나는 처음부터 정치하려고 이 판에 뛰어든 게 아니다. 강자의 횡포에 맞서다 보니 나도 모르게 정치인이 됐다. (...) <조선일보>는 스스로 거대한 입을 가지고 있으니까 (내게) 엄청나게 불리한 싸움일 수도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처럼 부도덕한 언론과 아무도 싸우지 않는다면 누구도 정치를 바로 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누군가가 상처를 입을 각오를 하고 이런 악의적인 언론의 횡포에 맞서 싸워야 한다. (나는) 정치적으로 상처를 입는 한이 있더라도, 이로 인해 다른 정치인은 조금이라도 피해를 덜 입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 145~146p


"나도 인간이니까, 또 무슨 뒷조사를 해서, 이번에 쓴 것처럼 인간의 어떤 사생활도 다 얘깃거리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런 것이 두려워 몸을 움츠리고 타협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권력의 횡포, 강자의 횡포가 가능했다. (...) 어떤 사람들은 경솔하게 싸운 것처럼 말하는데,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언론의 횡포와 맞서는 것이 좋을까 타협할까를 한 달 이상 고민한 결론이다." - 147p


"권력이 언론과 전쟁을 하라는 뜻이 아니고 개인 시민이나 정치인이 너무 언론에 굽실거리지 말고, 눈치 보지 말고, 싸울 때는 싸워야 한다는 말이었다. 거기서 전쟁이라는 말은 언론을 억압하거나 박살 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언론의 횡포로부터 자유를 찾기 위한 투쟁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야기한 것이다. (...) 내가 주변 사람들한테 만날 듣는 말이 '언론하고 잘 지내라', '언론을 포섭하라'는 말이었다. 얼마나 정치인들이 모멸감을 느끼는지 아는가? 다 눈치 보고 산다. 지금도 나를 아끼는 사람들이 언론의 공격에 얼마나 조마조마하겠는가? 이런 상황과 싸워야 한다" - 150~151p


이를 보더라도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강자의 횡포'에 맞선 용기, 상처투성이가 될 거란 걸 뻔히 알면서도 개인의 명예 회복을 넘어 다른 정치인들과 한국 사회를 위해 몸소 앞장 섰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도 두려움이 없었던 게 아니라 '두려움을 알고도' 몸소 개혁에 앞장선 것이란 사실, 경솔하게 들이 받은 것처럼 조롱하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치열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란 사실, 심지어 당시에도 '타협을 권유하며 자제'하라고 했던 사람들이 다수였다는 사실까지도 알 수 있습니다. 덕분에 그는 중요한 성과를 달성해냅니다.



'1992년 12월 4일' - 조선일보와의 1심에서 승리한 노무현


당시 재판부는 <주간조선> 기사를 두고 "근거 없이 부도덕한 정치인이라는 인상을 주어 명예를 현저하게 훼손했음이 명백하다"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2천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립니다. 



만약 그가 없었더라면 대다수 시민들은 평생 거대 언론 앞에 무릎 꿇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갔을지도 모릅니다.

그로부터 약 30년이 지난 2021년 오늘날 언론과 정치권, 한국 사회는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중요한 건 언론의 무자비한 횡포에 의한 피해는 정치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정치인들도 이렇게 두려워할 정도인데 일반 시민들이 언론에 맞서는 게 가능할까요? 절대 불가능합니다.


보통 살면서 언론과 맞설 일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은 틈틈이 소개하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민주당 정치인들, 특히 '노무현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말씀하신 정치인들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어떤 정신을, 어떻게 이어가겠다는 건가요?


많은 지지자들이 궁금해하며 답답해하고 있습니다.


화합과 통합의 미래를 외치는 분들이 계신데 오랜 기간 얽힌 매듭을 풀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개혁이 필수 전제조건 아닐까요.

그 중요한 과제를 건너뛴 채 먼 미래에 대한 낭만적인 이야기만 하는 건 공상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그렇기에 저는 앞으로도 개혁에 앞장서다 수모를 당한 분들을 끝까지 지킬 것이고,

민주당 정치인과 우리 시민들이 '노무현 정신'을 끝까지 잊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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