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오늘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님이 별세하셨습니다.
과거 이어령 선생님과의 몇 차례 만남을 통해
'게임 속의 철학' 관련 대화를 나눈 게 기억에 남습니다.
평소 '문화의 힘'을 강조해오셨던 이어령 선생님은 스타크래프트, 롤을 모르셨지만
게임과 철학을 접목한 저의 이야기를 항상 재미있게 들어주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어령 선생님께선 20대와 80대의 대화를 담은 책을 제안하셨습니다.
이러한 기성세대와 청년과의 대화를 잘 기록해두면 저도 성장하고
남들에게 도움도 주고, 역사에 발자국도 남길 수 있다는 배려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선생님께서 암으로 건강이 악화되셨다는 소식을 접했고,
저도 정치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자연스레 잊고 지내왔네요.
아직도 인상 깊게 기억에 남은 건 저의 호기심을 전혀 귀찮아하지 않으시며
오히려 "자기가 좋아하는 걸 알 정도면 대단히 좋은 거다"라며 칭찬해 주셨던 모습입니다.
비록 제가 프로게이머로서는 실패했을지라도 스스로 좋아하고 잘하는 걸 찾고
호기심을 가진 채 새로운 일을 찾아가는 게 대단한 거라며 많이 격려해 주셨습니다.
저도 그 덕에 자신감을 가지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외로도 '검색, 사색, 탐색'이 매우 중요한데 암기 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조차 잊고 살아가는 현실을 매우 안타까워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몇 차례의 대화를 통해 배우고 느꼈던 소중한 조언들은
틈나는 대로 말과 글로 잘 풀어내볼 계획입니다.
실패한 프로게이머이자 평범한 청년을 어떠한 편견도 없이 대하고
항상 존중해 주셨던 이어령 선생님의 배려를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지금쯤 이민아 목사님과 만나 그간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고 계실듯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나중에 뵈어요.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