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에 밥을!

N개의 공론장⑨ 「예술가 대상의 공공 일자리는 어떻게...?」 들어가기

by 청년허브

전시 공간에서 지킴이를 하던 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샌드위치를 부랴부랴 먹었습니다. 포만감이 들자 풀 죽어 있던 의욕이 되살아났습니다. 충족한 환경에서 삶의 의지가 솟는 법이다! 문득 “상상력에 밥을”이라는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2012년 5월 1일 노동절 총파업 퍼레이드에 참가한 예술 분야 생산자들이 천을 꿰매 만든 플래카드에 새겨넣은 말이었습니다. ‘밥을 먹지 못해 작업을 그만둬야 할 지경’이라는 의미였죠. 창작이 노동의 값으로 환산되지 않는 환경에서도 작가들은 다양한 생업을 병행하며 세상을 조형하는 상상력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2018년, 지금 여기에서 직업 예술가로 살아가는 일은 어떨까요? 창작을 업으로 삼아도 빈곤의 굴레에 빠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예술을 하는 ‘시민’의 권리를 획득할 수 있는 사회는 여전히 이상향이기만 할까요? 예술가이자 노동자인 개인을 위해 사회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요?


밥은 상상력을 살려냅니다. 상상력에는 밥이 필요한 법입니다. 가을비가 내린 오후, 예술가 대상 공공 일자리의 가능성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준비 중인 예술가 콜렉티브 아키비스트 코리아의 김준혁을 만나러 혜화동으로 향했습니다.




예술가가 말하는 공공 일자리―김준혁과의 대화


인터뷰이: 김준혁(아키비스트 코리아)

인터뷰어: 정아람(N개의 공론장 아키비스트 그룹)

일시: 2018년 11월 8일 오후 2시



Q: 아키비스트 코리아는 어떤 팀인가요?


김준혁: 조사하고 수집하며 연구하는 일을 기반으로 현대미술 작가와 작품을 다루는 사업체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현재 사업체와 사업 모두 개발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자신하여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다만 저희는 현대미술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그 전문성을 이용해 금전적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그를 기반으로 직업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Q: 그런 활동에 『N개의 공론장』이 어떤 보탬이 될까요?


김준혁: 공론장은 스스로 느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공 영역에서의 접근 방법 중 하나에 해당합니다. 공론장을 통해 얻고자 하는 기대 효과 하나는 한 사람이 가진 사고와 의식 범위 한계를 집단 사고를 통해 넓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의식적으로나 행위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잠재적 동료를 찾는 것입니다.


Q: ‘예술 창작 중심으로 공공 분야 일자리 사업 개선안’이라는 포괄적인 주제를 갖고 왔어요. 네 개 사업(서울시 뉴딜일자리, 시·구 공동 협력 희망일자리, 지역 주도형 청년일자리, 서울청년예술단)을 특정해서 살피는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떤 문제점들이 보이나요?


김준혁: 문제점보다는 가능성에 더 주목했습니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하면 «미술로 행복한 삶: 미술진흥 중장기계획(2018~2022)»(문화체육관광부, 2018)의 초장에서 지적한 미술 작가들의 금전적 빈곤 문제를 소폭 해결할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비록 행정에서 규정하는 청년 세대 범주에 제한을 두고 있지만요. 매우 좁은 경험에 따른 식견에 불과하나 그래도 문제점을 특정하자면 서울형 뉴딜일자리,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시구 상향적·협력적 일자리가 그 가능성 또는 기회를 못 살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Q: 가장 큰 문제로 다가온 건 무엇인가요?


김준혁: 해당 사업 참여자들이 과연 관련 직업 활동을 지속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습니다. 스스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만, 객관적 자료들을 토대로 도출한 합리적 답은 제게 없습니다. 하루는 친구와 대화 중에 ‘돈을 그렇게 쓸 것이면 그냥 작업하는 이들에게 현금으로 주는 게 제일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겠냐’ 한 적이 있습니다. 국가는 문화예술을 진흥하고 작가들의 활동을 지원해야 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인 혜택은 사실 간접 종사자들에게 돌아가고 있지 않은가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찾은 나름의 답이 해당 일자리 사업에 작가를 대상으로 창작을 직무로 하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Q: 민간, 정책 두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근본적 해법과 관련이 있을까요?


김준혁: 지난 오랜 시간 공직자들을 마주하면서 느낀 불신과 회의감이 공공에 의지하지 않도록 하는 큰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그래서 민간에서 시민들 스스로 노력하는 일을 공공이 나서서 뒷받침해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공공이 가진 거대한 인적, 금전적, 장소적, 정보적 자원들을 그 절실함의 정도에서 공공과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민간에 나눠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두 차원으로 나눠 접근하는 이유는 이런 생각 때문입니다. 근본적 해법과 관련은 있지만 현실적 실현 가능성 여부에 있어선 쉬이 그렇다 자신하기 어렵고 또 두려운 감이 있습니다.


Q: 공론장도 민간에서 할 수 있는 시도 중 하나이겠군요.


김준혁: 네, 소수의 발제자가 이야기를 먼저 시작하고 이어서 질문을 받는 형식보다는, 참여자 모두가 이야기하는 자리이면 좋겠어요.


김준혁 씨는 “절실하면 절실할수록 본인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했습니다. “대의자에게 맡겨놓으면 느리고 답답”하니까.

미술을 전업으로 삼은 그가 생각하기에 공공 기관 못지않게 민간에도 충분히 중요한 문화예술적 자원이 있습니다. 그러나 예산은 공공 미술 기관에 치우쳐 있고, 민간 영역으로 분배되지 않죠. 공공 기관은 의도하든 하지 않았든, 미술 생산 활동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합니다.

‘신 국정 운영 체제와 시민 예술 운동’이라는 공론 주제에 그의 문제의식과 열망이 담겨 있습니다. 신 국정 운영 체제는 거버넌스 시스템을 말하죠. 시민이 국정 운동을 주도하고, 공무원은 시민을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 아키비스트 코리아는 시민과 정부 사이를 매개하는 활동을 모색 중입니다.


Q: 구체적으로 펼쳐내고 싶은 질문은 무엇인가요?


김준혁: 기본적으로 앞서 이야기한 공공 직접 일자리 사업에 작가를 대상으로 창작을 직무로 한 사업 영역을 신설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이번 공론장은 그 전제 위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위해서, 왜, 어떻게, 누가, 어디서, 누구와 따위에 대한 자타의 질문을 던지고자 합니다. 저는 그 과정에서 다뤄진 내용을 종합해 구체적인 사업 제안서로 만들려 하고요.


Q: 그런 사례를 다루려면 사전 작업이 꽤나 필요하겠네요?


김준혁: 창작, 경영, 기획, 연구, 교육 활동을 하는 사람들과 회차를 나눠서 만나는 과정을 좀 오래 가지려고 합니다. 그 다음 어느 정도 수준에 올랐다 싶으면 대안 공간, 화랑, 미술관, 스튜디오, 레지던시 등 기관 관계자들을 만나려고 합니다. 문제적 상황에 대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수집하려는 겁니다.


Q: 그렇게 취합한 자료를 공론장에 모인 사람들과 나누다 보면 문제점에도 공감하고 해결 방식도 함께 논의할 텐데요. 어떤 풍경을 상상하고 있나요?


김준혁: 모두 대화에 참여하는 모습을 가장 이상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일상적으로 나누는 대화 분위기와 마찬가지로요. 물론 격한 이야기가 나올 때는 얼굴을 붉히기도 하겠지만 그 또한 이상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반대로 일부 극소수에 불과한 사람이 많은 시간을 사용하는 모습은 지양합니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극소수의 사람이 가진 전문성에 오래 전부터 회의적인 인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Q: 공론장을 펼치고 난 다음에는 어떤 걸 이어서 해보고 싶나요?


김준혁: 민간 영역에서 경영적 방법론을 가지고 집단 내 문제를 해결해 가려는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집단이 예술 창작 직무 종사자에게 요구하는 성장과 발전에 비해 ‘경영은 과연 제 몫을 하고 있는가’라는 의구심으로부터 그렇지 못하다는 답을 스스로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공공 영역에서 예술가들의 집단 작업·연습·사무실을 만드는 방안, 작가와 작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심의자, 심의 내용, 심의 절차 등을 당사자가 직접 설계하는 방안, 공공이 가진 거대한 자원을 시민과 공유할 수 있도록 이끄는 방안, 성범죄 징계 수위 대폭 상향을 목적으로 한 형사 법령 개정안을 설계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또 민간 영역에서는 시장에서 이윤과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철학 논의, 대학 중심 전문 예술 교육 부실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 논의 등이 있습니다.







N개의 공론장⑨

「예술가 대상의 공공 일자리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신 국정 운영 체제와 시민 예술 운동


일시: 2018년 11월 23일 (금) 18:00 - 21:00

장소: 서울특별시 청년허브 다목적홀

대상: 함께 고민해보고자 하는 누구나!


인원 제한이 없으며, 참여비는 무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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