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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허브 Oct 23. 2020

환경 운동은 엄격한 잣대가 아닌 느슨한 연대

2020 N개의 공론장⑦ <3.5%를 위한 청년 기후 운동> 들어가기

‘지구가 아파요'라는 포스터를 그리던 초등학생 때부터, 환경 문제는 한 번도 심각하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공장식 축산과 기후난민 등의 개념을 알게 되었을 때는 내가 숨 쉬고 사용하고 소비하는 모든 행동이 환경을 파괴한다는 사실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은 적도 있죠. 하지만 그러다가도 금세 생활의 편리함과 타협하게 되고, 개인적인 안위를 위한 선택을 해버립니다. 그렇게 환경운동에 관한 의제 자체가 마음속에 커다란 짐과 죄책감이 되어가는 과정, 겪어 보신 적 있나요? 그래서 더욱, 삶과 운동을 모두 건강하고 유연하게 가져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실천적인 논의가 필요합니다. 같은 고민을 나누려고 하는 <에코슬로우>팀과 온라인으로 대화를 나눴습니다.



Q.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공론장을 개최하는 <에코슬로우> 책방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려요. 


임혜영: 에코슬로우 책방에서 서점 지기로 일하고 있는 임혜영입니다. 생태 인문 도서를 큐레이션하고 다양한 생태 인문 워크숍을 운영하고 있어요. 또한 마포FM에서 <에코쌀롱>이라는 금요일 저녁 라디오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이 대부분 그렇듯 성장, 성공, 근면이 훌륭한 가치라고 교육받고 자랐습니다. 30대 초반에 건강 악화로 퇴사를 하게 되면서,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고민하게 되었어요. 그즈음 생명 평화 운동을 하고 계신 인드라망 공동체의 도법스님 강의를 듣고 영향을 받았습니다. 인드라망은 무수한 구슬로 만들어진 그물을 의미합니다. 모든 존재가 연결되고 서로가 서로에게 투영된다는 뜻이에요. 그 이후부터 고기 먹는 것을 줄이게 되었고, 동물권, 쓰레기, 로컬, 기후 위기와 같은 환경 이슈에 대해 관심 갖게 되었어요.


김이학영: 에코슬로우에서 서점 지기로 일하고 있는 전직 임상심리학자 김이학영입니다. 정신과 현장에서 사회의 경계선 바깥으로 밀려난 사람들을 만나면서, 현대사회의 폭력적인 구조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가지게 된 시선이 자연스럽게 환경 문제로 이어지게 된 것 같아요. 지금은 혜영님과 함께 에코슬로우에서 운영하는 생태 인문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플없잘(플라스틱 없이도 잘 산다)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만난 분들과 노플라블럼이라는 팀을 결성하였습니다. 팀원분들과 함께 제로 플라스틱을 주제로 한 <어쩌면 당신의 가방은 무거워질 수 있겠지만>이라는 이름의 독립출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에코슬로우에서는 기후 위기, 동물권, 에코 페미니즘과 같은 다양한 주제의 생태 인문 도서를 큐레이션하고 생태독서 모임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노자의 도덕경 워크숍이나 자비 명상 프로그램을 통하여, 기존 서양철학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관계 중심적인 세계관의 회복’을 모색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과 느슨한 연대를 꿈꾸는 <느슨한 말>이라는 주간지를 운영 중입니다. 환경재단에서 개최하는 환경 페스티벌이나 서울환경영화제등도 참여하면서 다양한 단체와 협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언택트 시대에 발맞추어 책을 소개하는 라이브방송도 계획 중입니다.



Q. <N개의 공론장>은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참여를 신청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청년허브에서 실시하는 다양한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N개의 공론장>에서의 경계선을 허무는 질문들, 이 시대의 청년들이 고민하는 지점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이 좋았습니다. 기후 위기는 더는 피할 수 없는 현 인류의 시대적 과제입니다. 기후 위기 문제를 시민들의 보편적인 의제로 꺼내올 방법에 대해 고민하던 참에, <N개의 공론장>이 좋은 창구가 되리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Q. <3.5%를 위한 청년 기후 행동> 공론장을 개최하게 된 계기에 대해 간략히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전에도 에코살롱, 노플라블럼 등 다양한 환경 관련 의제로 활동을 해오셨는데, 이 활동에서 느꼈던 보람과 한계점 등이 어떻게 공론장으로 이어지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A. 3.5%라는 숫자는 단순한 수치가 아닌 “일반 시민”을 상징합니다. 전체 국민의 3.5% 이상이 꾸준히 비폭력적인 반정부 시위나 집회를 이어가면 정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법칙¹이 있습니다. “3.5%를 위한 청년기후행동”이라는 주제는 더는 기후 위기 문제가 소수 환경운동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시민사회에 속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후변화의 마지막 임계점인 1.5도 상승까지 7년이라는 시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넷제로(Net-Zero: 에너지 생산량과 소비량이 같은 상태)로 만들어야 합니다.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정부 정책, 기업의 산업구조는 앞으로 대대적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하여 기후 문제에 대한 시민사회의 이해와 합의는 필수 조건입니다.


<에코쌀롱>과 <노플라블럼> 역시 일반 시민에게 환경 문제를 재미있고 쉬운 언어로 전달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젝트였습니다. 에코쌀롱은 영화와 책 같은 문화 콘텐츠를 활용하여 밀레니얼의 감성에 맞게 환경 이슈에 관해 이야기하는 팟캐스트입니다. <노플라블럼>은 환경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각자의 삶의 영역에서 제로 플라스틱에 대해 고민하는 15명의 평범한 시민들이 모여서 플라스틱에 대한 글을 쓰는 프로젝트입니다. 


환경 문제를 일반 시민의 의제로 확대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어려운 전문용어가 아닌 쉬운 언어, 엄격한 잣대가 아닌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 느슨한 연대입니다. 환경 문제는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이 함께 해결해나가야 할 보편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Q. 24일에 진행될 공론장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순서와 발제자 등을 소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1부는 발제 및 질의응답 시간으로 구성되며, 2시간 20분 동안 진행됩니다. 녹색전환 연구소 이유진 연구원이 한국 그린뉴딜의 현주소와 대안에 대해 강의하실 예정입니다. 다음으로는 조윤석 소장님과 김보림 청소년기후활동가가 기후 위기와 실질적인 시민 행동에 대해 발제할 예정입니다. 기후 위기 문제가 우리나라에서 화두가 되지 못하는 이유와 1.5도까지 남은 7년 동안 시민들은 어떤 구체적인 액션을 해야 하는지를 논의할 예정입니다. 2부는 그룹 논의 시간으로 구성되며, 총 3그룹으로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됩니다.


Q. 주로 어떤 분들이 이 공론장에 찾아왔으면 하시나요? 기후 위기야말로 세대 간 인식 차이가 심한 데다 인식의 폭부터 실천범위까지 개인차가 심한 영역 같은데요, 공론장을 기획할 때 예상 참여 타겟을 어떻게 설정했는지, 발제 난이도를 어떻게 조정했는지 등의 고민을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A. 처음에는 기후 위기 문제에 아예 관심이 없는 분부터 급진적인 분까지 포괄하는 넓은 스펙트럼의 참가자를 모집하려고 하였습니다. 저희가 목표로 하는 타깃이 보편적인 시민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관심이 전혀 없는 분의 경우 모집하기가 어렵고, 관심의 깊이에 따라 토론의 깊이도 가지각색이어서 원활하게 대화가 진행되기 어려울 수 있겠다는 의견이 제기되었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스펙트럼의 분들을 모집하되, 기후 위기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은 있으신 분들부터 모집하였습니다. 관심은 있지만 아직 기후 위기 관련 활동에 참여한 적은 없으신 분들, 기후 위기 관련 활동에 참여한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으신 분들, 시민사회 활동가, 관련 직종에 종사 중인 분들까지 다양하게 현장에 포함했습니다. 이분들을 각각의 토론 그룹에 적절히 섞어서 배치할 예정입니다.



Q. 이 공론장에서 오갔으면 하는 이야기, 기대하거나 목표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A. 일반 시민의 관점에서 의제를 다루기 위해 노력할 예정입니다. 언택트 시대에 맞게 온라인 시민 활동에 중점을 두어 이야기할 예정이며, 향후 어떻게 온라인 시민 활동을 전개하고 서로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입니다. 기후 위기 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운 시민의 관점에서 생각해보고, 기후 위기 활동의 허들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함께 고민할 예정입니다.


가능하다면 기후 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공론장에서 끝내지 않고 지속적인 기후 위기 네트워크 및 모임을 이끌어나가고 싶습니다. 공론장에서 나온 이야기를 이북으로 만들어서 많은 시민들이 볼 수 있게 배포할 예정입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이 있으시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A. 우리는 역사 속에서 언제나 끝이 보이지 않는 야만과 싸우며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청년들은 또 다른 시대적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시들어가는 우리의 고향, 지구가 그것입니다. “무엇이 마지막 나무를 시들게 만들고, 또 무엇이 마지막까지 나무를 심게 할까요?”[2] 아마도 그 힘은 대지 위에 무수히 뿌려져 있는 평범한 씨앗과 억센 들풀에서 나올 것입니다. 역사를 지탱해준 것은 언제나 민중들이었습니다. 공론장에서 그 부드럽고도 뜨거운 힘을 얻어가기를 바랍니다. 조금이나마 우리의 목소리를 실어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에코슬로우 서점도 지속적으로 환경, 생태, 지속가능한 삶과 관련된 도서를 소개하고 기후 위기 시대에 지구에 응답하는 활동을 펼쳐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전 인터뷰 끝) 


2020 N개의 공론장⑦「3.5%를 위한 청년기후행동」공론장 보러가기


¹미국 덴버대 정치학 교수 에리카 체노웨스가 주장한 이론. 저서 <시민저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2012)>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²아룬다티 로이, <우리가 모르는 인도 그리고 세계>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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