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N개의 공론장⑩] 잠들지 않는, 잠들 수 없는 사전인터뷰
인터뷰 일자: 2020년 11월 2일
인터뷰이: 정재훈
인터뷰어: 김미래
집 밖을 나서기만 하면, 무한정 연장되고 펼쳐질 것만 같았던 역동의 도시 서울. 우리의 서울마저도 새로운 전염병 시대에는 좁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토록 좁은 도시, 좁은 골목, 좁은 집과 방을 체감했던 때가 전에도 있었을까요. 좁아진 것은 낮의 서울만은 아닙니다. 밤의 서울이 아니면 안전하거나 자유롭거나 생산적일 수 없었던 다양한 정체성들은, 밤이라는 시간대를 경유해 삶을 잇는 것조차 한결 어려워졌습니다. 긴급지원금이 제외된 삶, 해가 진 뒤 영업 가능시간이 0에 수렴된 일의 주체들은, 서울의 줄어든 밤을 어떻게 헤쳐갈 수 있을까요. N개의 공론장 <잠들지 않는, 잠들 수 없는>에서 가리워진 밤의 활동들을 가시화하는 시도를 벌입니다.
Q1. ‘N개의 공론장’에 참여할, 혹은 자리하기 힘든 분들을 위해서 이번 공론장의 주최자 소개를 해주신다면요?
'프로젝트 밤밤'은 서울이라는 시공간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욕망이 결합되는, 다중적이고 중첩적이며 모순적인 시공간인 밤의 도시공간에 주목하고, 이와 관련된 여러 이슈를 논의/공론/연구 등 방식을 통해 다뤄보고자 조직된 프로젝트 팀으로, 박준영(서울대학교 지리학과), 오다원(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정재훈(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황수연(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총 네 명의 대학원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Q2. ‘서울의 밤을 구성하는 주체들의 삶'이라는 주제를 N개의 공론장의 발제로써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도시 속 밤이라는 시공간은 참으로 복잡합니다. 다수의 도시민이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서울의 밤이라는 시공간은, 비록 시간을 나타내는 그 숫자는 같을지라도, 각각의 개개인이 어떠한 공간과 문화 속에서 살아가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변주될 수 있죠. 예를 들면, 누군가는 낮 시간 동안 드러낼 수 없던 본인의 정체성을 풀어내기 위해 종로 3가와 이태원에 방문할 수 있습니다. 또 누군가는 일상이 규율하는 낮 시간 동안 할 수 없었던 취미와 회포를 풀기 위해 홍대 클럽이나 한강공원에서 각자의 하루를 마무리할 수도 있겠죠.
동시에 같은 밤이라는 시간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의 내일을 위해 새벽에 물류를 배송할 수 있습니다. 또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의 욕구를 위해 집창촌과 오피스텔에서 성을 매매할 수도 있겠죠. 그리고, 더 나아가 누군가는 집이라는 공간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그 자체로 공포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한편, 최근 여러분께서도 다양한 소식을 접하셨다시피, COVID-19를 대비하기 위한 정부의 행정조치(야간 영업 금지, 클럽 등 유흥업 규제, 비대면 업무 및 재택근무 확대)는 기존에 서울의 밤을 구성하고 있던 여러 주체들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밤의 도시공간에 관한 논의는 여전히, 철저한 사적 공간이자, 공적 제도로서 논의될 수 없는, 도덕과 정상이라는 사회통념에 의해 개인과 그들이 방문하는 공간이 일방적으로 폄하되고, 낙인 지어지거나, 지워지는 방식으로 다뤄지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번 작다면 작은 공론장을 통해, 기존의 도시공간에 관한 논의에서 터부시 되어 온 ‘도시의 밤’에 관한 고착된 편견, 오해에서 벗어나, 도시의 밤이란 무엇일지,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어떠한 모습인지를 짧게나마 사유해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Q3. 이번 공론장 토론으로써 특히 구체화될 수 있는 항목은 무엇일까요?
우선 저희는, 도시 서울을 상상하는 N개의 공론장에 참여해주신 여러 선생님의 발제를 바탕으로 '잠들지 않는, 잠들 수 없는 도시의 밤'이라는 시공간이 과연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공론장에 참여한 다양한 시민들과 고민하고 각자의 경험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11월 01일 이뤄지는 공론장, "첫 번째 밤"에서는 ‘밤의 시공간’에 대한 논의에서 일부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 홈리스, 장애인, 이주여성 등 도시 속 소수자들의 삶을, 김경민("베트남 이주 여성의 밤"/서울대학교 인류학과), 최바름("도시의 밤과 경계 위에서의 삶"/노들장애인야학), 이은기("여성 홈리스가 마주한 안전한 도시"/홈리스행동) 발제자 분들과 함께 살펴보고, 이와 관련된 이슈/관점을 발굴해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11월 08일 이뤄지는 공론장, "두 번째 밤"에서는 낮과는 대비되는 일탈/해방의 공간으로, 일상/도덕/법(낮)에서 벗어난 시공간으로서의 ‘밤’에 대해, 김학선("시간 이용의 자유와 통제"/『24시간 시대의 탄생』 저자), 최정한("다시 클럽데이를 말하다"/전 클럽문화협회 대표), 이쪽사람들("LGBTQ의 밤"/LGBT 문화예술 기획그룹) 발제자 분들과 함께 살펴보고 앞으로의 대안을 모색해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그리고 나아가 이번 공론장 소식을 브런치 등을 통해 접하는 많은 시민분들께서 서울의 밤이라는 시공간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회적 맥락을 사유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여러분 각자에게 서울의 밤은 어떤 경험으로 다가오고 계신가요?
Q4. 기획하신 대로 수월히 준비되고 계신지요?
작년에 한번 공론장을 주최해봐서 그런지, 올해 공론장은 다행히도 끝까지 잘 마무리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발제자분들과 퍼실리테이터 분들의 모집이 수월하게 진행되었고, 갑작스럽게 조직되었지만 팀원 간 소통도 매우 원활하게 논의되고 있어요.
조직 구성원이 모두 대학원생이기 때문일까요? COVID-19 등으로 인해 사실, 저 같은 경우에도 올해 연구를 진행하는 많은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거든요. 때문에 각자 풀지 못했던 연구에 대한 갈증을 이번 활동을 통해서 많이 풀어내는 느낌이어서 참 보람찼던 것 같습니다. 사실, N개의 공론장 같은 경우에는, “N개의 공론장 약속문”이라는 안전하고, 포용적인 틀에서 다양한 주체들과 교류하는 경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서부터 기획자의 자율성이 한층 높아진다고 할까요? 2019년의 경우에도, 서울시 청년허브 공론장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퀴어공간'이라는, 각자의 일상에서는 대화를 나누기 어려웠던, 주제를 바탕으로 여러 사회경제적 기반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의견을 교환하고, 그 대안을 모색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어요. 때때로 사람들은 공론장이라는 것을 매우 거창하거나, 무의미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청년허브의 'N개의 공론장' 플랫폼은 누구나, 쉽고, 가볍게, 그리고 걱정 없이 접근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이라는 점에서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됩니다.
Q5. N개의 공론장 이후 활동의 청사진이 궁금합니다.
‘프로젝트 밤밤’이라는 조직은, 이번 공론장을 위해서 잠시 한시적으로 조직된 단체이기 때문에, N개의 공론장 이후 프로젝트 밤밤은 자연스럽게 해체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번 공론장에 참여해주신 발제자분들과 참여자분들 각각이, 더불어서 이번 공론장의 소식을 접하는 브런치 독자분들이, 그리고 나아가 이번 공론장을 주최하는 저희 멤버 개개인이 이번 공론장의 논의들을 통해 각자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혔다면, 그것만으로도 앞으로 각 개개인이 서로의 영역에서 얻을 수 있는 청사진은 정말 무궁무진하지 않을까요?
(사전 인터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