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을 주지 않았던 것들에 대하여.
절기보다 더 정확한 '벚꽃엔딩'은 이번 연도에도 때를 놓치지 않고 정확히 잘 찾아왔다.
그렇게 '벚꽃 연금'이라 불리는 봄의 노래를 들으며, 떨어지는 벚꽃을 바라본다. 그리고 벚꽃이 떨어지는 나무를 바라보다가 벚꽃이 소복하게 쌓인 꽃을 바라본다.
'아, 이렇게 하늘을 바라본게 얼마만일까?'
'하늘이 이렇게 파랬었나?'
'뉴스에 나온 미세먼지들은 다 어디갔지?'
힘 없는 얼굴로 바닥을 보면서 걷던 사람들이 오랜만에 하늘을 바라본다. 그리고 이 순간을 남기기 위해, 그리고 벚꽃이 비현실적으로 예쁘게 떨어지는 이 꿈 같은 상황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실물만큼 예쁘고 생생하게 사진에 담기지는 않지만, 그 사진을 찍을 때만큼은 마스크 속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그리고 벚꽃 덕분에 하늘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곳에도 시선을 주게 된다. 저녁에 벚꽃이 피어있는 길로 산책을 가면 낮보다 밤에 벚꽃은 더 큰 규모로 만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로등 조명에 비친 벚꽃의 그림자가 건물 벽에도, 콘크리트 바닥에도, 신호등에도 드리워져 있다. 향기와 색은 없지만, 그래도 엄연한 꽃이었다.
바닥에 핀 꽃
공사장 벽에 핀 꽃
벚꽃 덕분에 평소에는 의식하지 않고 있던 하늘, 벽, 평범한 콘크리트 바닥에 의미가 부여된다. 평소에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주어진 일을 하던 일상적인 것들도 벚꽃 그림자 옷을 입으니, 새삼스럽게 달리 보이는 요즘이다.
사무실의 하늘 천장에 익숙하던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은 봄 날의 하늘과, 낮에는 자신의 할 일을 하다가 모두가 퇴근하는 밤이 되서야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는 것들에 유난히 시선이 가는 봄날이었다.